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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며 느끼며

사람과 사람 / 장광규(張光圭)

by 청심(靑心) 2006. 9. 21.

 

가게를 장만해 장사를 하는 친구가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부럽다고 했다. 큰돈은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월급이 나오고 보너스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럿이 근무한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또한 일정한 시간에 출근하고 일정한 시간에 퇴근을 할 수가 있다. 공휴일이나 일요일은 쉴 수가 있다. 그런 것들이 눈에 띄었던 것 같다.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친구는 장사를 잘하고 있다. 사업장도 유명해지고 단골손님도 늘어나고 돈도 많이 모은 것 같다.
나이를 먹어도 스스로 하고 싶은 의욕만 있으면 언제까지나 할 수 있는 것이 개인장사의 장점이다. 운이 따랐는지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직업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친구를 만날 때면 말은 안 하지만 부럽기만 하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은 조직의 구성원으로 '매인 몸'이라고들 한다. 그러기에 피동적이 될 수도 있는데, 다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개인장사를 하는 사람은 '시키는 사람'이기에 주인 노릇을 한다. 능동적일 수 있기는 하지만 지나친 간섭과 독선은 득 보다 실이 될 것이다. 개인장사는 자유도 많지만 그만큼 노력도 많이 해야 하고 책임도 무거울 것이다. 고객관리 차원에서 또는 돈 욕심 때문에 오히려 쉬고 싶을 때 쉬지도 못할 때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자기 일이기 때문에 일이 피곤해도 피곤한 줄도 모르고 지낼 것도 같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휴일이나 시간이 날 때는 주로 직장동료들과 가깝게 지냈다. 향우회에서 동창회에서 한번 만나자고
해도 시간이 없다며 다음 기회로 미루곤 했다. 그때 정말로 그렇게 시간을 낼 수 없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직장생활을 하더라도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밖에 사람들과도 만남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사실 객지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다. 상대방에게 자기를 알려야 하고, 또 상대방을 알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자기를 보탬도 덜함도 없이 알려도 상대방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남을 좋게 보기보다는 항상 헐뜯으려는 심리가 깔려있는 풍토가 아쉽기만 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그때뿐이라는 그 친구의 말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아무래도 어려서부터 정을 나눈 사람들과 같을 수가 있겠는가. 직장을 그만두면 만남도 뜸해지고 그러다 보면 인연도 점차 잊히기 마련이다.       
       
고향사람들은 왜 편한가? 우선 자기를 알리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가족들과 함께 대대로 이어오며 같은
곳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는 관계다. 서로가 무슨 장점이 있고 무슨 단점이 있다는 걸 잘 아는 사이이기에 부담이 없다. 따라서 잘하면 잘한 대로 못하면 못한 대로 서로 이해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장을 할 필요가 없다. 바로 대화가 가능하고 이야기의 주제도 통일된다는 것이다.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 것이 비슷하기에 금방 공감하게 된다. 그러기에 친밀감을 느끼고 그 추억 속에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의 주제를 알고 있고, 그 이야기의 주제가 바로 친구들이고 고향의 산이며 큰 건물인 것이다.       
       
고향사람들 모임에 나가면 마음이 포근하다. 모두가 형이고 아우고 아저씨가 되고 조카가 된다. 집성촌에서 태어났기에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집성촌에서 자라지 않았더라도 나이가 한 살이라도 많거나 생일이 조금 빨라도 깎듯이 대해 준다. 그렇다고 딱딱한 분위기는 절대 아니다. 강산이 몇 번은 변했을 만큼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도 금방 대화가 통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을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옛날을 그리워하고 한자리에 자주 모여 술잔을 기울인다. 추억 속으로 빠져들며 즐거움을 느끼고 향수를 달래는 좋은 자리가 되기도 한다.   

                                                                2001년 2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