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靑心 장광규
어렸을 적 여름밤은 작은 전쟁터였다
날아다니며 몸을 툭툭 건드리는 모기떼
앵앵거리며 상여 나가는 소리로 합창을 하고
밤새 물어 그곳 긁어대느라 잠을 설친다
날마다 마당에 모깃불 피우기가 일이었고
초저녁이면 방안에 모기약을 잔뜩 뿌려댔다
앞뒤 방문을 아예 망사로 붙이기도 하지만
더위와 모기를 한꺼번에 쫓아야만 했기에
모기장을 치고 그 속에서 자는 것이 좋았다
여름방학 때 내려온 친척집 아이는
서울엔 모기가 없다고 자랑하는데
얼마나 깨끗하면 모기가 없을까
그곳은 꿈속에서나 갈 수 있는 곳일까
모기 없는 곳에서 살아볼 날이 언제일까
서울도 모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방안을 맴돌며 귓가에 들리는 모깃소리
소리 나는 곳으로 팔을 저으니
어느새 옆에 있는 사람 쪽으로 간 모양이다
아내는 모기를 쫓느라
자기가 자기 몸을 때리는 소리가 난다
잠들만하면 성가시게 해
전자모기향을 피우고 잠을 청하지만
팔뚝이며 발목 부위에
모기가 문 흔적은 문신처럼 남는다
사람의 수명이 연장되었다더니
모기도 오래 살게 되었나 보다
여름 한철만 사는 줄 알았는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살면서
더위도 모르고 추위도 잊은 채
몸집은 작으면서 소리는 엄청 크고
입으로 무는 것인지 침으로 쏘는 것인지
지독하게 따끔하고 가렵다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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