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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는 심(心)이다

시집에서(39) / 장광규

by 청심(靑心) 2022. 7. 9.

 

앞으로 가는 길

 

                                       靑心 장광규

 

새벽이 밝아 오면
습관적으로 잠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쉼 없이 움직이는 시곗바늘처럼
하루를 여는 출발점에서 되풀이되는 동작
그것은 결승점에 다가가려는 몸짓이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는
움직이거나 숨을 쉬기 마련이다
고분고분하거나 혹은 순진하다고
세상일이 알아서 척척 굴러가지는 않는다

 

남의 눈밖에 나게 억셀 필요는 없지만
한없이 부드러운 행동은 오히려 퇴보일 뿐이다
버스 안은 목적지를 향하여
사람들이 무리 지어 잠시 들렀다 가는 곳이다
버스에서 내리면 이어서 지하철을 타고
정차할 때마다 물처럼 쏟아져 거품처럼 사라진다

 

무작정 앞으로만 간다고 잘 가는 것이 아니기에
흐르는 시냇물을 보며 지치지 않고 가는 법을 배운다
사람을 실어 나르는 버스도 전동차도
다시 제자리를 찾아 숨 고르기를 할 때쯤
파김치가 되어 돌아와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기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앞으로 가기 위해
내일과 모레라는 이름의 길이 있기에
오늘은 하루만큼만 앞으로 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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