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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는 심(心)이다

시집에서(43) / 장광규

by 청심(靑心) 2022. 8. 28.

 

 

벌레 먹은 과일이 맜있다

 

                                      靑心 장광규

 

생김새도 비슷하게 
같은 핏줄로 태어나
햇빛이랑 바람이랑 다 같이 쐬고
내리는 비에 몸 씻으며 성장해도
열매는 등급으로 갈라서기 마련이다

가뭄에 먹을 물 제대로 못 먹고
불볕더위 찾아와 괴롭히고
때로는 태풍에 시달리느라
성장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잘난 척 힘센 척하면 몰라도
그냥 가만히 있으면
심지어 벌레까지 얕보고 달려든다

클 만큼 크고 자라
상자 속에 
잘 익은 것으로
색깔 좋고 큰 것으로
멍들지 않고 싱싱한 것으로
향기까지 골라 담으면
선택된 과일은 후한 대접을 받는다

벌레가 먹었거나 크지 못한
째마리 과일은 처량한 신세다
하지만
본디 벌레란 놈은
농약 안 뿌린 것은 잘도 알고
맛있는 것을 귀신같이 찾아내기에
벌레 먹은 과일을 버릴 것이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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