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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노래

비가 내리는데 / 장광규

by 청심(靑心) 2009. 9. 23.

 

 

비가 내리는데

 

                           靑心 장광규

 

온다
비가 온다
드디어 내린다
바닥이 드러난 저수지에도
흙먼지 날리는 밭에도

나무는 꼼짝 않고 제자리에서
좋아라 비를 맞고
꽃은 변함없는 얼굴로
부드럽게 웃으며 반긴다
바위는 묵직한 몸으로
말없이 몸을 적시고
풀들은 초록의 깔판이 되어
비가 다칠까 조심스레 받는다
흙은 낮은 자세로 
한 방울도 놓치지 않고 보듬는다

만물은 촉촉이 젖는데
사람들은 맞지 않으려고
접어두었던 우산을 펼친다
손이 있어 
우산을 들 수 있어서만은 아니다
비가 안 내린다고 소리칠 때도
내린 비를 식수로 사용할 때도
오직 한 곳 입으로만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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