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을 깎으며
靑心 장광규
거울 앞에 선다
나는 보이지 않고
흐르는 세월만 보인다
면도기를 챙겨 얼굴에 댄다
수염이 잘게 잘려 나간다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보니
그제야 누군가가 나타난다
많이 본 듯한 얼굴
나를 나를 본다
나를 간직하고 싶어
가는 세월을 붙잡고 싶어
아침마다 수염을 깎는다
꼼꼼하게 수염을 다듬으면
세월도 감동해 쉬엄쉬엄 가리라
거울아!
나를 향해 크게 웃어다오
나도 너를 보고 활짝 웃으련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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