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렵다. 살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다.
이럴 때 많이 사용하는 말 중에 '거품 제거'가 있다.
도대체 거품이란 무엇이며 왜 그것을 제거해야만 할까?
비누, 샴푸 등을 사용할 때 나오는 액체 속에 공기가 들어가 속이 비어 둥글게 부푼 방울을 거품이라 부른다. 또 입가에 내뿜어진 속이 빈 침방울을 거품이라고도 한다. 이런 거품도 있다. 모내기를 해야 할 시기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논흙을 잘게 부수고 평평하게 고른 다음 마른논에다 호미로 모를 심는다. 그리고 모 뿌리에 바람이 들어가지 않도록 밟아주고 물을 뿌려준다. 이른바 서종이라고 하는데, 비가 내려 논에 물이 고이면 생기는 것이 있으니 이것 또한 거품이라 부른다. 하지만 경리정리, 수리시설 개선 등으로 지금은 이런 현상은 사라졌다.
비누와 샴푸를 사용해 발생하는 거품은 정화를 해서 강이나 바다로 내보낸다. 입가의 거품은 더러우니까 휴지나 손수건으로 닦으면 깨끗해진다. 서종을 한 논에 물이 고이면 모는 허공에 뜬 것과 같아 이리저리 비틀거린다. 논흙을 괭이로 다지며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 그래야 모 뿌리가 제자리를 잡아 벼로 성장해 열매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생긴 거품은 제거해야 하지만 그것보다는 거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누와 합성세제를 적게 쓰자는 것이 그것이다. 논농사를 제대로 짓기 위해 수리시설을 갖춰 저수지에 물을 저장해 놓는 것도 거품 발생을 억제하는 좋은 본보기일 것이다.
거품이란 풍선 속의 바람과도 같은 것이다. 거품이란 허세다. 거품이란 헛배가 불러 소화제를 먹어야 하는 더부룩한 상태다. 거품이란 서릿발 같은 것이어서 허무하다. 이러한 거품을 제거하는 길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 근검절약하는 것, 제 분수를 지키는 것이다. 우선 가까이 접하는 수돗물 절약, 전기절약, 시간 지키기 등 한 가지씩이라도 점검해 볼 일이다.
우리는 어려울 때면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말을 한다. 그러나 허리띠를 졸라매거나 늘려 매서는 곤란하다. 경제건 개인 건강이건 굴곡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꾸준히 관리를 해야 한다. 거품 제거 역시 마찬가지다. 어려울 때에만 하는 것이 아니다. 평소에도 변함없이 해야 한다. 그래서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1997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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