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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며 느끼며

어머니께 / 장광규(張光圭)

by 청심(靑心) 2005. 9. 21.

 

어머니! 
오랫동안 소식 못 전했습니다. 올여름은 유난히도 더운 것 같습니다. 이 더운 여름철을 어떻게 지내신 지 궁금합니다.
이곳의 저희들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곳은 농사철이라 바쁘시지요. 논과 밭에 온갖 씨앗을 뿌리고 잘 자랄 수 있게 가꾸겠지요. 철 따라 곡식이 자라는 모습은 평화스러움이지요. 넓은 들판에 나가면 마음이 시원해지는 것은 자연의 힘이지요. 회색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이 그곳은 가까이에 널려있지요. 떠나와 살면서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이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는가를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명절이 되면 내려가고 시간만 나면 찾아가던 때가 있었지요. 그때는 살기가 어려워서 그랬을까요? 갈 때마다
어머니께서 쌀이며 고추며 마늘이며 곡식을 싸 주셨지요. 가을이면 호박도 주시고 과일도 주셨지요. 들기름 참기름도 준비해 두었다가 주셨지요. 솔직히 그런 재미로 부모님을 찾아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살만하니까 안 내려온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곳에서 아이들 보살피고 가정 꾸려가다 보니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어머니를 찾아뵙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건강이 좋지 않아 얼마나 편찮으십니까? 집에서 지내다 옆집이나 여성회관에 가실 때 구부러진 허리를 제대로 펴지도
못하고 몇 발자국 걷다 쉬고, 또 몇 발자국 걷다 쉬다 하면서 시간이 많이 걸리겠죠. 그렇게라도 활동하시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커다란 집에서 혼자 지내시느라 얼마나 적적합니까? 어떻게 해서라도 편하게 해드리고 싶고 외롭지 않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생각만으로 머무르고 맙니다. 어머니, 부모님께서 저희들에게 베풀어주신 걸 보며 느끼고 배운 것이 많습니다. 내리사랑을 하나에서 열까지 명심하고 실행하여 생활 속에서 묻어나도록 하겠습니다. 

어머니는 고단하지만 강합니다. 
아이는 어머니를 따라 길을 갑니다. 산길을 따라 들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내리막길도 있고 오르막 길도 있습니다.
소년은 걷기 싫어서 울음 섞인 목소리로 아직 갈 길이 멀었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어머니는 길가에 핀 꽃을 꺾어주기도 하고 옛날이야기도 해주면서 가끔은 업고 가기도 합니다. 냇가에 이르러서는 손에 물을 묻혀 눈물자국을 닦아주고 가재도 잡아주며 아이를 달래고서 길을 가야 합니다. 

아버지는 집안의 기둥입니다. 
집안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든든함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쉽게 흔들리거나 쉽게 포기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며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비굴하거나 오만해서도 안될 것입니다. 밖에 나가 일터에서도 최선을 다 해야 하지만 가정에서도 충실한 가장이 되어야 합니다. 이웃과 어울려 즐겁게 지내며 사회를 환하게 밝혀야 합니다. 자상한 아빠가 되어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생활하며 자랄 수 있도록 보살펴주어야 합니다. 

가정의 화목을 위하여 노력합니다. 
집안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아이들 챙겨주고 시장 봐서 반찬 장만하는 걸 가사노동이라고 하지요. 집안에서
열심히 움직였는데 흔적이 크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힘든 일이지요. 하루의 절반 이상을 밖에서 지내다 들어온 사람도 신경 쓰며 고생을 합니다. 사람과의 부대낌, 일의 압박감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서로 상대방의 일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오해가 생기면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돈은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쓸 곳에 제대로 쓰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입니다. 가정은 포근하고 아늑하고 너그러운 곳으로,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 수 있어야 합니다. 변덕스럽거나 너무 유행을 따라가도 안 되겠지만 변화에 발 빠른 움직임도 필요합니다. 가족 모두 화합하여 큰 슬픔 큰 아픔 없도록 생활하는 게 행복일 것입니다. 

사랑하고 희생하는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결혼하여 아이들이 태어나면 그들의 뒷바라지를 하며 살아가는 것이 즐거움이요, 기쁨이라 해도 좋을 성싶습니다.
학교에 다니게 하는 일, 취직해서 열심히 일할 수 있게 하는 역할, 결혼하여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도록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는 일 등 어쩌면 우리를 희생하고 오직 그들을 위하여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자연스럽게 되어버린 최대의 인간 본능인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입니다. 웃음 옆에 웃음이 있고, 사랑 옆에 사랑이 있고, 행복 옆에 행복이 있습니다. 먼 곳에서 찾을 것이 아니고 가까운 곳에서 찾으렵니다. 웃으며 살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행복한 생활이 되도록 살아가는 것이 평범한 삶의 조건일 것입니다. 삶은 언제나 푸르게 자라는 나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푸르고 건강하게 성장하면서 웃음의 열매, 사랑의 열매, 행복의 열매가 열리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것입니다. 항상 생각하고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또 다른 푸른 나무와 숲을 이루어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이 되고, 겨울에는 바람막이가 되어 따뜻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 생각에 젖어들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동심이 된답니다. 어머니와 함께 고향에서 지내던 때가 그립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살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대가족 시대에서 이제는 핵가족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의학의 발달과 식생활 개선 건강관리 등으로 갈수록 수명은 연장되는데 노후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태어나는 아이가 줄어드는 저출산 문제가 효도와 관련이 있기에 우리 모두 진지하게 생각해 볼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불러만 봐도 좋고 듣기만 해도 정이 넘치고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이름.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제일 먼저 당신을 생각합니다. 자주 찾아가 인사드리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잘해드리고 싶은데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해드린 것 없는 이 불효자는 마음속으로나마 영원히 어머니를 사랑하렵니다. 어머니, 저희들 걱정은 그만하고 편히 쉬십시오. 어머니! 찾아뵙고 싶습니다. 

                                                                 2001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