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2595

가을이 간다 / 장광규 가을이 간다 靑心 장광규 가을이 올 때쯤에는 설렘과 기다림이 있다 어느 날 산들바람이 찾아오고 온 세상 나뭇잎이 앞다퉈 아름답게 물들며 황홀한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행복한 계절 좋은 시간은 짧고 빠르게 지나가는 법 가뭄에 냇물 증발하듯 가을은 슬그머니 사라지기 마련이다 신비스러운 단풍은 허무함에 비움을 더하여 대지에 떨어지며 덮이고 쌓인다 낙엽이 굴러다니고 사랑도 가고 마음도 떠나가며 차갑고 쓸쓸함이 스며들지만 떠나지 못하고 남는 것도 있다 가을은 고독한 계절이라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느낌이다 2010. 9. 23.
맑음이 좋다 / 장광규 맑음이 좋다                              靑心 장광규 맑은 날이라 함은 하늘이 웃는 날이다 맑음은 하늘뿐만 아니라 구름이 없어야 하고 비도 오지 않아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해가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햇빛이 나는 날이면맑은 날이라 부를 수 있다 하늘의 푸른 얼굴 환한 미소는 구름과 비와 해가 거들어 줄 때 비로소 사람들이 보게 되는 것이다 구름이 덮이고 비가 내리고 태양이 보이지 않는 날이면 하늘은 잔뜩 찌푸린 얼굴이거나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여 사람들의 기분도 어두워진다 2010. 9. 23.
임플란트 / 장광규 임플란트                 靑心 장광규 입안에 돈잔치를 벌였다 오복 중에 하나인 치아 그 소중한 것이 사라진 곳에 큰 공사를 한다 돈은 작은 덩어리로 변하고 덩어리는 흔들림 없이 버티며 어렵고 힘든 일을 한다 어김없이 하루에 세 번 때로는 몇 번 더 입안에서꿩 대신 닭이 되어야 한다 2010. 9. 23.
봄처럼 / 장광규 봄처럼 靑心 장광규 봄이 좋다 긴 침묵을 깨고 대지를 밀치고 나오는 새싹 나무껍질을 뚫는 새순을 보며 의욕과 힘을 얻는다 사람 만나기 꺼리며 방에서만 갇혀 지내다 한번 밖으로 나와 누군가를 만나고 난 후 반가움을 알게 되듯 행복을 되찾은 기분으로 웃으며 살고 싶다 봄을 잘 가꾸고 나서 뜨거운 여름을 기다리고 아름다운 가을에 취하고 싶고 눈 내리는 겨울도 만나고 싶다 돌아올 계절을 그려보며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고 기쁨을 나누기도 하며 즐겁게 살고 싶다 언제나 처음처럼 조금씩 작은 걸음으로 앞으로 향하는 마음으로 봄을 닮고 싶다 2010. 9. 23.
윤년 이듬해 / 장광규 윤년 이듬해                             靑心 장광규 윤년 이듬해는 삼부자가 농사를 지어도 바쁘다는데 올해가 그렇다 작년에 한 달이 더 있었으니 해가 바뀌면서 곧 봄이 되는 것이다 농사철이 바로 다가오기에 준비기간이 짧아 논과 밭을 가꾸느라 바쁘고 세상 모든 일도 빠르게 전개되리라 지난겨울에 눈이 많이 왔으니 올여름엔 비도 많이 내릴 것이다 봄이 빨리 찾아오는 것도 비가 많이 오는 것도 막을 순 없지만 계절의 흐름이나 자연의 아름다움에 큰 변화나 상처가 없었으면 2010. 9. 23.
산촌에서 / 장광규 산촌에서 靑心 장광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팔랑개비를 들고 달리기도 하고 언덕에 올라 연을 날리기도 하고 도랑에서 가재를 잡으며 한 곳에서 뱅뱅 돌며 지냈던 곳 멀리 떠나 살며 어쩌다 찾아가네 무관심하게 여겼던 산과 들의 풀 가까이 다가가 손 내밀면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처럼 보드라운 감촉으로 반기네 흙은 억센 듯 거친 듯 보여도 평화롭고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귀여운 아기 피부만큼이나 곱고 매끄러운 감촉이네 아무렇게나 있는 듯한 돌멩이 굴러 다니며 인사하네 논과 밭은 커다란 화분이 되어 푸른 채소가 자라며 길게 넝쿨 뻗어나가고 땅속엔 알맹이도 자라고 올망졸망 열매도 달리네 조용히 흐르는 물소리 아름답게 지저귀는 산새 소리 이따금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소리 나무에서 열매 떨어지는 소리 멀리서 가까이서 들리는 .. 2010. 9. 23.
눈이 왔다 / 장광규 눈이 왔다                    靑心 장광규 이천십 년 일월 사일 서울지방에 새벽부터 백설이 내렸다 이날 적설량 25.8cm를 보여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제일 많은 눈이 쏟아졌다 백삼 년 만에 내린 폭설은 사람에게 불편을 주고 차량을 멈춰 서게 하는 무서운 괴물로 변했다 며칠이 지나도 녹지 않고 도로에 버스가 지나가면 백사장의 모래같이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린다 다니는 길 치우면서 군데군데 생긴 눈 무덤은 하늘을 원망할 수도 없는 하얀 쓰레기 더미가 되었다 2010. 9. 23.
사랑한다 / 장광규(張光圭) 아버지의 생일이라고 큰아들이 다녀가고 작은아들도 다녀가고 더운 날씨에 고생했지만 반가움이고 즐거움이다 말하기가 늦는 큰손자의 재롱이 선하다 밤에 전깃불을 켜야 할 때는 천정을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떴다 하기도 하고 핸드폰을 열어 눈에 대고 사진 찍는다며 발을 앞뒤로 벌리고 자세를 잡는 모습이 보인다 집에서 먹는 밥과 반찬이 맛있어 가기 싫다는 멀리 떨어져 있는 작은아들은 피부가 검게 그을렸더구나 큰며느리는 둘째를 가져 몸이 무거워 조심하느라 불편하여 고생하는 것 같고 큰아들은 회사 일도 바쁘고 업무상 받는 중압감 때문인지 아주 피곤해 보이더라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는 너희들을 똑같이 사랑한다 우리 모두 건강하게 지내자 2010년 8월 29일 2010. 8. 29.
내가 만난 사람들 / 장광규(張光圭) 처음 보는 사람도 정이 가는 사람도 있고, 오래 만나며 살아도 불편한 사람이 있다. 보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이 있고, 만나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자주 보면서 지내야 하는 사이일 수도 있다. 사람이기에 그렇다.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사람에 따라 좋은 감정일 수도 혹은 좋지 못한 감정을 가질 수도 있다. 첫인상이 중요하다. 첫인상이 좋으면 그 기억이 오래 머릿속에 박혀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을 한 번 보고 곧바로 단정 짓는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기도 하다. 함께 오래 지내다 보면 그 사람의 마음과 태도를 볼 수 있어 진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짧은 만남이지만 나에게 좋은 인연으로 다가온 사람들이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잊을 수 없는 영원히 간직하고픈 사람들이다. 군대생활을 .. 2010. 8.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