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595 숭례문이여! / 장광규 숭례문이여! 靑心 장광규 2008년 2월 11일 새벽 그대는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모형을 만들어 불태우는 사극의 한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어리석은 노인이 그대의 몸에 방화를 한 것입니다 허무하다고 어이없다고 말하기 조차 부끄럽습니다 600여 년 살아온 그대를 하루아침에 잃고 말았습니다 허공을 바라보다 정신을 가다듬고 가만히 그대를 불러봅니다 그대는 뜨거운 불에 시달렸습니다 차디찬 물에 젖어 쓰러졌습니다 국민의 무관심에 무너졌습니다 우리는 초라한 국민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사라졌습니다 자존심이 땅바닥에 곤두박질쳤습니다 그대는 위엄 있고 인자한 할아버지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대 곁을 오고 가며 든든하고 흐뭇하게 생각했을 겁니다 웅장한 모습 꼿꼿한 기상을 어찌하여 포기해버리셨습니까 왜 잘못한다 .. 2008. 9. 22. 사람이라 부르다 / 장광규 사람이라 부르다 靑心 장광규 어쩐지 이상하다 싶어 옥편이랑 뒤적거려 보니 한자 '者'는 '놈 자'자에서 슬그머니 '사람 자'자로 바뀌었다 한자 '人'은 누구나 다 아는 '사람 인' 자 아닌가 그렇다면 '者'나 '人'이나 사람이란 뜻인데 '者'를 버리고 '人'을 택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者'는 오랫동안 '놈'으로 사용하면서 아무래도 낮춰 부르는 걸로 통했고 '人'이라 하면 한 단계 높여 사람답게 부르는 걸로 여겼던 탓이리라 사람은 변함없는 그 사람인데 '당선자'는 '당선인'이 되기도 한다 '장애인' '노숙인'을 발판 삼아 '者'보다는 '人'이 더 많이 등장할 모양이다 2008. 9. 22. 나를 찾는다 / 장광규 나를 찾는다 靑心 장광규 아이들에게 귀한 이름 주려고 고민하며 골라 지은 이름 키우면서 보니 같은 이름이 보이고 인터넷에 들어가면 나와 같은 이름도 여럿 있네 태어난 곳은 춘향이 고을할아버지를 닮아 머리카락은 빠지고아버지를 닮아 술을 좋아하며내세울 것도 자랑도 없는그저 평범함이 전부네한양의 지붕 아래에 살고 있는 이름은 장광규 한자로는 張光圭 몸과 마음을 푸르게 간직하고 싶어 청심(靑心)이란 호를 사용하고 있네 글쓰기를 취미 삼아 보고 느끼고 겪은 것을 생각하고 다듬으면서 시인으로 등단해 시집도 내고 활동하고 있네 서로 모르는 동명이인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에게 오해가 생길 수도 지인들에게 혼동을 줄 수도 .. 2008. 9. 22. 제주도에 가다 / 장광규(張光圭) 여름이 다 지나가는 8월 말에 휴가를 다녀왔다. 더위가 한창인 복더위에 결정한 일이다. 큰아들이 회사에서 휴가를 얻어 함께 가자고 해서 계획을 세운 것이다. 큰아들과 새아기, 나와 집사람 그리고 사돈어른들과 함께 가기로 했다. 작년에 해외여행을 가려다 포기한 적이 있다. 큰아들의 결혼이 결정되자 미뤘다. 지금의 분위기는 환갑을 단순한 생일 정도로 생각해 버리지만 환갑이라고 큰아들과 작은아들이 여행이라도 다녀오라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큰아들의 결혼식이 있어 여행은 다음으로 미뤘던 것이다. 제주도 여행은 이번이 두 번째다. 십오 년 전쯤엔가 한번 다녀왔다.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것은 두 번째가 되는 셈이다.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나간 적은 없다. 오래전에 군복을 입고 배를 이용해 월남에 갔다 온 적이 있.. 2008. 9. 21. 그때 모습 / 장광규(張光圭) 부부의 길 靑心 장광규 늘 가까이에 있는 사람 내 몸처럼 사랑해야지 얼굴도 닮고 마음도 닮고 행동도 닮아가야지 크고 작아 차이 나는 키 높낮이를 맞추며 살아가야지 짜고 맵게 먹고 달고 싱겁게 먹는 서로 다른 입맛 하나가 되어야지 앞서거나 뒤따르지 않고 나란히 서서 같이 걸어야지 희망은 아침마다 키워가고 날마다 긍정적인 생활을 해야지 엉뚱한 생각 헛된 욕심 생겨나지 않게 좋은 생각 참된 의욕으로 일을 해야지 잘 먹고 잘 자고 잘 입으며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지 대화하며 마음을 전하고 주고받은 의견은 존중해야지 모든 일은 의논해서 결정하고 힘과 마음을 모아 실천해야지 동반자의 기를 살려주고 나도 기죽지 말고 살아야지 처음 출발할 때의 마음 변함없이 꾸준히 간직해야지 가족에게는 웃음을 선사하고 이웃과는 어울리.. 2008. 9. 21. 명절을 맞으며 / 장광규(張光圭) 추석이 돌아온다고 아내와 나는 채소를 사다 김치도 담고 과일도 신선한 걸로 고르고 고기도 이것저것 사 오고 명절 준비를 하느라 바쁘다 아내는 피곤한지 한참을 자리에 누워 이러다 장만 못하면 어쩌나 걱정을 한다 추석 전날 큰아들과 새아기가 와서 함께 거들며 하루를 보낸다 일하는 것도 먹는 것도 여럿이 해야 재미가 있는 법이다 작은아들이 곧 결혼을 할지 아니면 더 늦어질지 모르지만 확실한 건 내년 추석에는 손자가 곧 태어나 가족이 늘어 올해보다 더 떠들썩할 것 같다 2008년 9월 13일 2008. 9. 13. 팔월의 여행 / 장광규(張光圭) 폭우가 한바탕 쏟아지더니 폭염이 자리를 내준다 기세가 당당하던 더위도 힘이 약해져 비틀거리며 여름 더위가 지나가지만 팔월 끝자락에 휴가를 간다 애당초 삼복더위에 잡았던 피서 계획을 미루다 큰아들의 휴가에 맞춰 함께 가기로 한다 3박 4일 일정으로 제주도로 떠나는 여행 기대와 설렘이 반반이다 2008년 8월 28일 2008. 8. 28. 여름 생일 / 장광규(張光圭) 어느 무더운 여름 돼지해에 태어났다 어릴 적 생일이 하필 여름일까 불만이었는데 돼지는 여름철을 좋아한단다 그래서 돼지띠는 여름철 생일이 좋다는 말을 어른들이 자주 해주었다 물론 달래려고 듣기 좋게 해 준 말이리라 그렇거나 저렇거나 태어난 생일을 바꿀 수 있겠는가 생일이면 꼭 먹었던 찰밥과 미역국을 오늘도 먹는다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한다 2008년 8월 16일 2008. 8. 16. 오늘도 장만하네 / 장광규(張光圭) 아들 녀석들 짝 만나 살면 조금은 한가하리라 생각했네 둘 중에 큰아들은 결혼하여 직장이 있는 수원에 살고 있네 쉬는 날 집에 다니러 온다고 하면 아내는 그때부터 바빠지네 마음으로 계획을 세운 후 시장에서 물건을 사다 장만하네 평소에는 고혈압에 관절염에 몸이 불편해 조심하지만 아들 내외가 온다고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펄펄 나네 김치며 밑반찬도 준비하고 새로 나온 과일도 사 오고 이것저것 챙기느라 바빠지네 이리저리 부산하게 움직이며 입맛에 맞게 음식을 만드네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앉으면 더없이 흐뭇한 표정이네 가족들 맛있게 먹는 걸 보면 마음이 배부르고 피곤한 줄 모른다네 수많은 자식을 키우며 아낌없이 모든 걸 베풀어 준 친정어머니가 생각난다며 그런 모습과 사랑을 닮고 싶다네 2008년 8월 8일 2008. 8. 8. 이전 1 ··· 264 265 266 267 268 269 270 ··· 28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