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595 장날 / 장광규 장날 靑心 장광규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둥우리에서 계란을 꺼내 꾸러미를 만들고 자루를 챙겨 쌀이랑 콩이랑 담고 닭도 한두 마리 골라 다리를 묶는다 준비한 물건들을 보자기에 싸서 어깨에 메고 손에도 들고 안개 자욱한 신작로를 따라 산길을 걷고 냇물을 건너 이십 리 장터를 간다 장터는 모여든 사람들로 떠들썩하고 가져간 농산물을 팔아 받은 돈으로 장보기를 한다 신발 상회에 들러 고무신을 사고 대장간에 가서 괭이랑 호미도 고르고 생선이며 건어물도 사고 농사일하며 두고 써야 할 물건들을 하나 둘 사다 보면 해가 중천에 걸린다 음식점에서 국수 한 사발 시켜 먹거나 찐빵 한 접시 사서 점심식사를 한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가면 무거운 짐은 소달구지에 실어 보내고 가벼운 장 보따리를 챙겨 왔던 길 찾아 서둘러 집으로.. 2005. 9. 22. 고향 가는 길 / 장광규 고향 가는 길 靑心 장광규 가까이 있어도 멀리 있어도 찾는 곳 고향 가는 길은 넓은 길도 좁은 길도 다 넓어 보인다 곧게 뻗은 길도 꼬불꼬불한 길도 잘 보인다 2005. 9. 22. 대한 / 장광규 대한 靑心 장광규 24절기 중 마지막 절후양력 1월 20일경이며 음력으론 섣달이다입동에서 시작한 겨울철 추위는 소한을 거쳐 대한에 절정을 이룬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 '소한의 얼음 대한에 녹는다'는 속담이 있듯 대한이 소한보다 춥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도 겨울은 겨울 추운 날씨는 몸을 웅크리게 한다 낮의 길이가 제법 길어지며 봄도 저만큼 오고 있음을 느낀다 2005. 9. 22. 컴퓨터 / 장광규 컴퓨터 靑心 장광규 컴퓨터는 한 대 사람은 세 사람 낮에는 한가하게 낮잠을 즐기지만 밤이 되면 바빠지는 컴퓨터 아빠가 먼저 자리에 앉을 때도 있고 아이들이 먼저 차지할 때도 있고 집에 일찍 들어온 사람이 다음 사람을 생각하여 짧고 빠르게 사용하는데 메일을 열어보며 불량 메일은 지우고 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이곳저곳 검색도 하고 가끔 아이들은 게임을 하며 재미있어 신나게 웃기도 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최종단계 오랫동안 쳐다보면 건강에 안 좋다는데 조금씩만 사용하라는 아내 말고는 모두가 컴퓨터를 사랑하는 사람들 혼자 있을 땐 어두운 얼굴이지만 가족을 만나면 환하게 웃는 바쁘지만 외롭지 않은 컴퓨터 2005. 9. 22. 눈이 내리면 / 장광규 눈이 내리면 靑心 장광규 눈이 내리면 하얀 마음으로 고운 이야기를 엮어가는 아름다운 마을의 소년이 된다 눈이 오면 앞산에 올라 산토끼 따라 달리기하고 눈 위를 뒹굴며 눈 사진 찍고 눈싸움하고 눈사람도 만들고 눈은 하얀 눈은 신나는 장난감이다 내리는 눈은 쌓이고 쌓인 눈은 커다란 공책 그림도 마음대로 그리고 예쁜 글씨도 쓴다 눈이 내린다 펑펑 쏟아진다 포근히 다가온다 그리움이 밀려온다 2005. 9. 22. 풍경 2001 / 장광규 풍경 2001 靑心 장광규 대문이며 출입문이 온통 게시판이다그림까지 먹음직스러운피자가게 전단신속하게 배달을 한다는음식점 개업 전단깨끗한 기름으로만 튀긴다는꼬끼오 닭집 전단친절하게 상담도 해준다는푸른 마을 약국 전단동네 토박이를 강조하는부동산중개소 전단농약은 사용하지 않고 꿀맛이라는 과일가게 전단국내산에 물이 좋아싱싱하다는 생선가게 전단육질이 질기지 않은 한우만취급한다는 정육점 전단친환경으로 재배해 몸에 좋다는 쌀가게 전단인터넷을 싼 값으로 설치해 주겠다는 전단오랜 전통을 자랑한다는 어느 학원의 전단이스카치 테이프에 매달려 팔랑팔랑 춤춘다 2005. 9. 22. 청계천 2003 / 장광규 청계천 2003 靑心 장광규 전자상가를 둘러보고 올라가면 의류상가가 보이고 헌책을 함께 파는 서점가도 있고 신발상가를 구경하고 나면 없는 것이 없다는 도깨비시장으로 거리는 인파의 물결로 넘친다 고가도로 교각 사이에 사는 비둘기들은 매점 아주머니가 던져주는 라면 부스러기와 빵 조각을 먹으러 날아든다 그 속에는 어디서 어떻게 되었는지 왼쪽 다리가 없는 비둘기가 있다 사람들이 구경을 한다 말은 안 해도 눈빛으로 그 불쌍한 비둘기에 관심을 보인다 청계천을 예전처럼 맑게 흐르는 물을 볼 수 있도록 복원공사를 시작한단다 언제쯤이면 불구가 된 비둘기도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정에 굶주린 나그네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2005. 9. 22. 남산공원에 오르며 / 장광규 남산공원에 오르며 靑心 장광규 서울역 쪽에서 천천히 남산을 오르면서 서울시내를 보기도 하고 요리조리 시내를 둘러보며 층층의 계단을 오르기도 하고 케이블카는 높이 매달려 하루 종일 오르락내리락 길 따라 오르는 행인들은 한가롭고 여유로운 모습이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 앞엔 글이 새겨진 바위들이 서 있고 꽃 향기 싱싱한 식물들이며 크고 작은 나무들은 숲을 이루어 지친 심신의 휴식처가 되고 산새 소리 가깝게 들리니 흥겹다 산 정상에 우뚝 선 서울타워는 공원의 상징이자 서울의 상징 팔각정에서 사방팔방을 보니 쭈욱 연결되어 있는 큰 도시다 2005. 9. 22. 그림자 / 장광규 그림자 靑心 장광규 닮은 모습에 흉내까지 내는 그림자는 밝은 곳보다 어두운 곳에 많더라 공부하라는 소리 수없이 들으면서도 밖에서 뛰어 놀 때는 좋지만 집에 들어갈 땐 어두운 표정이지 사랑하다 헤어지는 상처를 입으면 머리카락 짧게 자르고 자원해서 일찍 군대에 가기도 하지 학교 졸업하고 많은 시간 흘러가고 여기저기 찾아다녀도 취업이 안되면 가족들 얼굴 보기 미안하다며 소식 끊고 한동안 멀리 떠나지 다니던 직장 문 닫고 사업에 실패하고 다시 하려는 일 제대로 안되면 하던 일손 고스란히 멈추고 어딘가에 정신은 반쯤 놓아버리고 노숙자의 이름으로 살아가기도 하지 아들딸 다 커 결혼하여 따로 나가 살면 부모로서 할 일 줄어들고 대화 상대 없어지니 배낭을 벗.. 2005. 9. 22. 이전 1 ··· 276 277 278 279 280 281 282 ··· 28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