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心의 詩

이발소에 다녀오며 / 장광규

청심(靑心) 2013. 12. 11. 09:20

 

 

이발소에 다녀오며

 

                       靑心 장광규

 

이발소 의자는
어딜 가나 묵직하다
웃으며 다가온 이발사
숙련된 손놀림으로
머리카락을 자르기 시작하고
가는 빗을 사용하여
여러 번 꼼꼼히 다듬는다

면도를 하는 동안
스르르 두 눈이 감기며
이대로 한숨 자고 싶은
나른함이 일순간 몰려온다

머리를 감고
머리를 말리고
얼굴에 화장품을 바르고
향수도 한 방울 뿌려준다

이발료를 주고 나니
지갑이 가벼워지고
마음도 개운해진다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동네 소식도 듣고 온다

 

<200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