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心의 詩
미련 / 장광규
청심(靑心)
2014. 3. 5. 16:49
미련
靑心 장광규
어수선한 12월이
손을 흔들고 지나간 자리엔
어느 틈에 1월이 버릇없이
일상의 중간쯤에 걸터앉아
이리저리 사람의 눈치를 살핀다
해가 바뀌어 새해지만
겨울의 유효기간은 남아 있다
대지에 흰 눈이 쌓이고
북풍이 세차게 몰아치는
한파가 계속되리라는 걸
서너 살 먹은 꼬마들도 안다
수은주가 내려가면 갈수록
주머니 깊숙이 손 넣어
매정함을 애써 외면하지만
2월은 변함없이 냉정하다
칼로 무 자르듯 딱 부러지게
계절이 오고 가는 건 아니지만
겨울이 지나면
당연히 봄이 오기 마련인데
지금 어디쯤 오고 있을까
살 속으로 파고드는 3월의 바람은
아직도 햇빛을 괴롭히고 있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