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心의 詩

늦가을 / 장광규

청심(靑心) 2016. 11. 3. 06:18

 

 

늦가을

 

                              靑心 장광규

 

깊어가는 가을 오후
따사로운 햇빛 한 줌
서늘한 바람 한 점
아름다운 단풍 한 잎
한데 어울려 대화한다

햇빛이 있어 과일이 익는 줄 안다면
피부를 그을린다고 불평하지 못할 거야
햇빛이 구름 뒤에 숨는다고
햇빛이 시들하다고 말하진 못할 거야

산들산들 부는 바람에
가을의 상쾌함을 느낀다면
바람이 싸늘하다고
바람이 차갑다고 안 할 거야
차마 바람이 쌀쌀하다고
바람이 싫다고 못할 거야

단풍을 아름답게 생각한다면
낙엽을 귀찮게 하지 못할 거야
땅 위에 누워있게 가만히 놔둘 거야
서로 보듬고 그곳에 머물게
그냥 못 본 척 내버려 둘 거야

<200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