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心의 詩

시장이 반찬 / 장광규

청심(靑心) 2011. 3. 24. 17:47

 

 

시장이 반찬

 

                          靑心 장광규

 

옛날 한 옛날에
남촌에 사는 윤생원
서당골의 진생원을 찾아가
오랜만에 마주 앉아
쌓인 이야기는 이어지고

부엌에서는 달그락 소리 요란한데

 

정오가 훨씬 지나고
이제나저제나 기다려도
음식이 나올 기미는 없고
멋쩍은 윤생원이 입을 열어
'갈 길이 멀어 그만 일어서야겠네'

'다 된 모양이니 한술 뜨고 가게'

 

장기 한판 더 두고 나니
그제야 밥상이 나오고
진생원은 윤생원에게 권한다
'오래 기다려 시장하겠네"
'아니 괜찮네' 
'반찬이 없네 그려' 
'아니네 됐네' 
'그래 천천히 들게' 
'맛있게 잘 먹을 게' 

 

<200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