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른 후에
靑心 장광규
꽃이 피었을 때에는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에
별 관심 없이 지나치기 쉽습니다
꽃이 진 뒤
바람이 불고 먼지가 날릴 때에
그제야 떨어진 꽃을 아쉬워합니다
행복할 때에는
웃으면서 생활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지 알지 못합니다
어려운 일이 생기고
괴로움으로 지쳐 눈물 흘릴 때에
행복했던 날들을 떠올립니다
건강할 때에는
자기 몸을 돌보지 않습니다
몸이 아파 약을 먹거나
크게 아파 치료할 때에
건강했던 모습을 그려봅니다
일을 할 때에는
땀 흘리며 일하는
근로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힘들어 스트레스 쌓인다고 짜증 냅니다
실직하여 일할 수 없게 되면
일하는 것이 부러워 보이고
일하는 것이 곧
건강이고 행복이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여럿이 함께 있을 때에는
외롭다거나 쓸쓸하다거나
그런 걸 미리 생각하지 못합니다
시나브로 곁을 떠나가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을 때에
비로소 적막함이 한꺼번에 몰려옵니다
여름에는 여름이 좋은 줄 모릅니다
무더워서 싫다고 피해 다닙니다
계절이 바뀌어 가을이 되면
하루해가 짧아지고 날씨가 쌀쌀해지니
허무한 마음이 밀려온다며
여름이 좋았다고 털어놓습니다
어려서는
엄마 아빠 말을 잘 듣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 말라는 것은 더 하고 싶기도 합니다
나이 먹어가면서
왜 그랬을까
정말 잘못했구나 후회를 합니다
<200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