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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며 느끼며104

시집에서(47) / 장광규 복습 靑心 장광규 귀여운 아이야! 세 살 먹은 아이야 너의 곁에 있고 싶다 너의 울음소리가 듣고 싶구나 배고프면 젖 달라고 아프면 만져달라고 의사 전달하는 울음소리가 천진난만한 웃음이 참 좋구나 너의 거짓 없는 웃음처럼 진실된 마음만 남기고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싶다 맑은 눈을 다시 찾고 싶다 세상 일을 바르게 보고 보태지도 빼지도 않고 제대로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직은 걷지 못하여도 말할 줄 몰라도 큰 힘을 갖지 못했어도 아무 불편함 없이 살아가는 세 살 먹은 아이야 순수한 지혜를 다시 배우게 너의 곁에 있고 싶다 2022. 9. 30.
시집에서(46) / 장광규 오늘도 붓을 든다 靑心 장광규 말을 하되 짧게 하고 또한 신중하게 하는 것은 진정으로 말을 사랑하는 수줍음이다 수줍음을 타는 사람은 입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붓으로 나타내는 것을 좋아한다 봄날 푸른 새싹이 땅을 밀치고 순한 자태로 인사하면 반갑듯 구름 뒤에서 숨 고르기 하는 해가 나오기를 기다리듯 그리움이 밀려올 때 안부가 궁금할 때 간결한 모습으로 참신한 얼굴로 태어나려 힘쓴다 가까이 다가와 웃어주는 반짝이는 눈동자와 대화하기 위해 보는 것 듣는 것 느끼는 것 마음에 담아 글을 쓰며 다듬는 즐거움이 있다 2022. 9. 21.
시집에서(45) / 장광규 황톳길 靑心 장광규 맨발로 다녀도 포근히 반겨주는 황톳길 걷노라면 쉬었다 가라며 고무신발 놓아주지 않았지 꼬불꼬불 좁은 길 비가 내려도 질퍼덕거리지 않게 신작로에 자갈 깔았지 이따금 버스 지나가면 황토먼지 자욱해 분간하기 힘든 길 손으로 부채질하며 걸었지 길가엔 질경이 민들레 돋아나 눈빛으로 인사 나누며 마음이 여유로웠지 흙냄새가 좋았던 길 아스팔트에 덮여 고무신 자국 질경이 민들레 황토먼지 잠자고 있지 2022. 9. 11.
명절을 맞으며 / 장광규 정(情) 靑心 장광규 이번에도 내려갑니다 그곳에 가면 좋은 일이 있습니다 연로하신 아버지 지금도 신발은 고무신입니다 포근하고 편한 신발 아버지의 흰 고무신을 신어보러 이번 명절에도 고향에 갑니다. 2022. 9. 9.
시집에서(44) / 장광규 두고 온 고향 靑心 장광규 하루에도 몇 번씩 가고 싶지만 그때마다 갈 수 없어 마음속으로만 그려봅니다 그리운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보고 싶은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그들도 이곳저곳 흩어져 살기에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습니다 어쩌다 찾아가는 고향 언제나 어릴 적 그대로의 그림 같은 모습을 보고 싶지만 자꾸만 자꾸만 변해갑니다 차라리 잊으렵니다 보고픈 사람들을 만날 수 없어 이제는 고향에 아니 가렵니다 포근했던 추억을 빼앗아가는 변해버린 고향생각은 잊으렵니다 2022. 9. 4.
시집에서(43) / 장광규 벌레 먹은 과일이 맜있다 靑心 장광규 생김새도 비슷하게 같은 핏줄로 태어나 햇빛이랑 바람이랑 다 같이 쐬고 내리는 비에 몸 씻으며 성장해도 열매는 등급으로 갈라서기 마련이다 가뭄에 먹을 물 제대로 못 먹고 불볕더위 찾아와 괴롭히고 때로는 태풍에 시달리느라 성장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잘난 척 힘센 척하면 몰라도 그냥 가만히 있으면 심지어 벌레까지 얕보고 달려든다 클 만큼 크고 자라 상자 속에 잘 익은 것으로 색깔 좋고 큰 것으로 멍들지 않고 싱싱한 것으로 향기까지 골라 담으면 선택된 과일은 후한 대접을 받는다 벌레가 먹었거나 크지 못한 째마리 과일은 처량한 신세다 하지만 본디 벌레란 놈은 농약 안 뿌린 것은 잘도 알고 맛있는 것을 귀신같이 찾아내기에 벌레 먹은 과일을 버릴 것이 아니더라 2022. 8.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