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꽃이 된다113 시집에서(97) / 장광규 태양을 보며 靑心 장광규아침마다 커다란 웃음이다웃음의 힘찬 걸음은땅이며 물이며 나무 위로소리 없이 가볍게 온다웃지 않으면 알맹이 없는아주 싱거운 존재일 것이다가슴이 얼마나 넓어그리도 많이 간직했는지웃어도 웃어도 웃음이다변함없는 웃음으로온 세상이 따뜻하다반갑게 만나는 얼굴낮과 밤을 만들고계절을 만들고분위기를 만드는마음이 넉넉한 동반자다 2025. 4. 25. 시집에서(96) / 장광규 거울 앞에서 靑心 장광규 거울 밖에서 거울 안으로가만히 눈길을 보낸다내가 아닌 다른 사람낯익은 누군가가 떠오른다외롭고 보고플 때언제라도 달려가 품에 안기면따뜻하게 반겨줄그리운 어머니 아버지다나의 생김새에서나의 움직임에서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한다둥근 얼굴이며 넓은 이마크지 않은 귀에 두툼한 입술웃으면 작아지는 눈까지세월이 흐를수록 자꾸어머니 아버지를 닮아간다 거울은 영원한 세상거울 앞에 서면진실을 본다 2025. 4. 7. 시집에서(95) / 장광규 봄은 靑心 장광규 봄은새롭게 오는 봄은이제 처녀티가 나는누이 같은 사랑스러운 계절아직 멋 낼 줄 모르고수줍어하는 순진한 소녀화장품을 사용하지 않아도차차 성숙해 가며좋은 향기 흠뻑 나겠지저기 저렇게천천히 오는 봄은오래된 사진첩을 펼치는어머니 닮은 포근한 계절만물이 꿈틀거리며새싹이 돋아나고꽃이 피어나는평화로운 모습시나브로 보여주겠지 2025. 3. 23. 시집에서(94) / 장광규 오늘도 붓을 든다 靑心 장광규 말을 하되 짧게 하고또한 신중하게 하는 것은진정으로 말을 사랑하는 수줍음수줍음을 타는 사람은입으로 표현하는 것보다붓으로 나타내는 것을 좋아한다봄날 푸른 새싹이 땅을 밀치고순한 자태로 인사하면 기쁘듯구름 뒤에서 숨 고르기 하는해가 나오기를 기다리듯그리움이 밀려올 때안부가 궁금할 때간결한 모습참신한 얼굴을 만나면 반갑다가까이 다가와 웃어주는반짝이는 눈동자와 대화하기 위해보는 것 듣는 것 느끼는 것마음에 담아글을 쓰며 다듬는 즐거움이 있다 2025. 3. 14. 시집에서(93) / 장광규 앞으로 가는 길 靑心 장광규 새벽이 밝아 오면습관적으로 잠자리를 털고 일어선다쉼 없이 움직이는 시곗바늘처럼하루를 여는 출발점에서 되풀이되는 동작그것은 결승점에 다가가려는 몸짓이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는움직이거나 숨을 쉬기 마련이다고분고분하거나 혹은 순진하다고세상일이 알아서 척척 굴러가지는 않는다남의 눈밖에 나게 억셀 필요는 없지만한없이 부드럽기만 해도 오히려 퇴보일 수 있다 버스 안은 목적지를 향하여사람들이 무리 지어 잠시 들렀다 가는 곳이다버스에서 내리면 이어서 지하철을 타고정차할 때마다 우르르 몰려나와 흩어지며저마다 제자리 찾아가기 바쁘다 무작정 앞으로만 간다고 잘 가는 것이 아니기에흐르는 시냇물을 보며 지치지 않고 가는 법을 배.. 2025. 2. 16. 시집에서(92) / 장광규 사진첩을 보며 靑心 장광규 울적한 마음으로심란한 시간을 보내다살며시 생각나는사진첩을 꺼내 뒤적이며추억 속으로 들어간다흑백의 꾸밈없는 순수한 모습도색색으로 곱게 나온 모습도세월의 흐름 속에 그때를 말해주고찍은 장소 찍은 시간 다 달라도화내거나 찡그린 얼굴 보이지 않고흥겨운 듯 행복한 듯웃는 얼굴 기쁜 얼굴들이다어느 사진 하나 버릴 수 없는소중하고 포근한 추억거리 아이들의 자연스러운어릴 적 모습을 보며저절로 나오는 웃음으로즐거움에 젖어든다 2025. 1. 12. 시집에서(91) / 장광규 영등포공원에서 靑心 장광규 참 좋은 곳이 생겼다고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넓디넓은 공원이 좋다 도심을 벗어난 느낌으로아침으로 저녁으로혼자 오거나 가족과 함께공원길을 걷다가 뛰다가의자에 앉아 쉬기도 한다 소나무가 하늘 높이 서 있고느티나무 단풍나무도 있고수세미랑 박이랑 주렁주렁진달래 장미꽃도 피고모과나무 앵두나무도 있다 넓은 잔디밭은 마음까지 평화롭고노래하는 분수대의 물은 시원스럽고발바닥 지압을 하는 곳은인기가 좋아 사람들이 몰린다술을 만들던 곳에는오랫동안 사용한 '담금솥'이공원 한쪽 옛터에 자리 잡고 있다공원은 좋은 곳이 되었다고향이 그리우면 공원에 온다공원에 오면 고향의 느낌이다마음이 넉넉한 고향이 되었다 2024. 7. 13. 시집에서(90) / 장광규 시나브로 靑心 장광규 어깨 통증이 신경을 건드린다어느 틈에 일상 속으로 끼어들어이따금 괴롭히며 따라다닌다가까운 곳에잘 본다는한의원으로 침 한 방 맞으러 간다침만 놓을 줄 알았는데아픈 곳에 부항을 뜨고물리치료를 하고 나서야침놓을 준비를 한다침은 엉뚱하게도 아픈 곳이 아닌반대편 발과 손목 부위에 놓는다깜짝 놀란 표정을 보았는지젊은 의사는 웃으며이쪽에다 침을 놓아도발에서 손으로 손에서 어깨를 통해아픈 곳으로 전달된다는 것이다소금이 쉴 때까지 있어야 하거나개구리 수염 날 때까지 기다리는 건 아니지만여러 군데 쿡쿡 찌르는침을 맞고 있는 시간은 긴장되는데슬며시 시원함이 다가올 때쯤 끝이 난다우려했던 질병이 아니라나이 먹으면 나타나는 증상이란다하지만 그냥 내.. 2024. 6. 5. 시집에서(89) / 장광규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靑心 장광규한강이 가까이 있어 시원하다서울 하늘 아래에 있어 든든하다사람과 어울릴 수 있어 좋다자연을 느낄 수 있어 상쾌하다탁 트여 시원한 곳에서바람에 마음을 식히고햇빛에 피부를 맡기며쌓였던 피로를 달랜다하늘이 어느새 한강이 되고한강은 푸른빛 하늘이 된다엄마 따라온 아이도지팡이를 든 노인도땀 흘리며 뛰노는 소년에게도부담 없이 쉼터를 내주는한강시민공원에는만남이 있다즐거움이 있다건강이 있다여유로움이 있다그리움이 있다 2024. 5. 26. 이전 1 2 3 4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