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꽃이 된다113 시집에서(70) / 장광규 눈 靑心 장광규 눈이 온다티 하나 없이솜처럼 부드러운저 눈은누가 만들까어머니일까누나일까귀여운 꼬마일까눈이 내린다알맞은 크기로적당한 간격으로뿌리는 사람은 누굴까할아버지와 할머니일까아버지가 뿌릴까솜씨 좋은 형이 뿌릴까눈이 온다눈이 내려소복소복 쌓이고생각도 쌓인다 2023. 8. 19. 시집에서(69) / 장광규 적응 靑心 장광규 태양이 뜨거운 계절에는밖으로 나가더위를 반기렵니다내리쬐는 햇빛에 땀을 흘리고햇빛으로 땀을 말리는구릿빛 피부가 좋아아버지 모습을 닮으렵니다하루해가 길어 무더운 날은그늘만 찾지 않고여름을 느끼렵니다그러다 견디기 힘들면등목하고부채를 챙기며성급함을 멀리 보내는어머니 마음을 배우렵니다 2023. 7. 29. 시집에서(68) / 장광규 여름 그리기 靑心 장광규 풀 냄새 꽃 향기를 못 잊어봄이 잠들기도 전에시나브로 여름은 시작되었나 보다하지가 지나면 삼복더위가어김없이 찾아오고이마에서 등줄기에서땀방울이 뚝뚝 떨어질 때면보다 못한 수도꼭지는 줄줄줄외줄기 눈물 흘리는 소리얼음과자 청량음료는아이들 입에서 여름을 지내고더위가 무서운 사람은산바람 바닷바람을 찾아 나선다도심을 빠져나가지 못한더위 먹은 아스팔트는 맥없이 졸고가로수는 그림자로 길게 눕는데바람은 어디 갔나 보이지 않는다 2023. 7. 14. 시집에서(67) / 장광규 장맛비 靑心 장광규 날마다 비가 내려도짜증 부리지 마라아침마다 우산을 챙겨야 한다고귀찮아하지 마라 뜨거운 나라 베트남에는일 년 중 반년은 우기로 비가 내린다오랫동안 전쟁을 할 때에도논밭에는 온갖 곡식이 자라고들판에는 과일이 풍성하게 열렸다 아프리카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물이며 먹을 것이 부족해굶주림과 질병에 허덕이고 있다 비는 번영과 축복의 근원새벽에 찾아오더라도바짓가랑이가 젖더라도오는 비를 반갑게 맞으며물을 소중하게 여길 일이다 2023. 7. 8. 시집에서(66) / 장광규 추억 속으로 靑心 장광규 아마 기억에서 지워졌을지도 모릅니다너무나 오래된 일이기에잊어버렸거나 생각이 안 날 수도 있습니다깊은 산골마을 빈터에서꼬마들이 신나게 놀고 있을 때자욱한 안개 사이로하늘에서 이상한 게 내려오고 있었지요비행접시다야! 비행접시다아이들의 외침에동네 어른들도 모여들곤 했지요 네댓 대가 한꺼번에 내려오는접시 모양의 괴물체에서작은 기계소리가 나기도 하고이상한 얼굴 모습도 보이고알 수 없는 음성도 들리는 듯했지요내려오다 머리 위에 잠시 멈추었다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지곤 했는데한 번이 아니고 여러 차례 목격했지요그때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이야기를 나누고 싶어그때 그곳에 함께 있었던사람들을 만나고 싶습니다추억을 떠올릴 사람을 .. 2023. 7. 1. 시집에서(65) / 장광규 장맛비 靑心 장광규 날마다 비가 내려도짜증 부리지 마라아침마다 우산을 챙겨야 한다고귀찮아하지 마라 뜨거운 나라 베트남에는일 년 중 반년은 우기로 비가 내린다오랫동안 전쟁을 할 때에도논밭에는 온갖 곡식이 자라고들판에는 과일이 풍성하게 열렸다 아프리카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물이며 먹을 것이 부족해굶주림과 질병에 허덕이고 있다 비는 번영과 축복의 근원새벽에 찾아오더라도바짓가랑이가 젖더라도오는 비를 반갑게 맞으며물을 소중하게 여길 일이다 2023. 6. 2. 시집에서(64) / 장광규 아내와 TV 靑心 장광규 TV 앞에 앉은 아내가끔은 관상쟁이가 된다등장하는 인물을 살피며저 사람 귀가 커서장수할 상이고 저 사람 콧날이 오뚝해눈이 높을 것 같고저 사람은 내가 볼 때고집이 셀 것 같다며어설픈 관상을 본다건강프로를 보며이번에는 의사가 된다건강을 유지하려면등 푸른 생선이 좋고신선한 야채가 좋고기름에 튀긴 음식은 피하고짜고 맵게 먹으면 안 되고날마다 규칙적으로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며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을혼자만 아는 체 반복한다경제 이야기가 중심이 되지만때론 정치에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슬픈 사연을 보며 눈물 흘리고코미디를 보며 웃기도 한다 2023. 5. 13. 시집에서(63) / 장광규 도시의 풍속도 靑心 장광규 산속에 물이 솟는 곳약수터그곳의 물이 좋다는 소문이어느 틈에 쫙 퍼져사람들이 용하게 모여든다빗방울 내려앉아깨끗한 물로 태어나려여러 문턱 거치면서지저분한 친구 떼어내고몸에 좋은 약도 흡수하며눈 아래 코밑까지 찾아왔는데사람들은 수돗물 대신약수를 받으러 간다물다운 물을 마시겠다고살아있는 물을 마시겠다고약수터 있는 곳에사람과 물통이두 줄로 길게 줄을 선다 2023. 4. 29. 시집에서(62) / 장광규 광한루원 靑心 장광규 지도를 챙겨 설명할 필요가 없는관광지로 유명한 광한루원요천수 맑게 흐르는 고을남원에 예스럽게 자리 잡고 있네 커다란 나무들이 군데군데 서 있고오작교랑 월매집이 발길을 붙잡는데연못의 잉어들은 요리조리 몰려다니며길을 안내하느라 온종일 바쁘네 한복을 곱게 입은 춘향의 초상화봄 여름 가을 겨울 수없이 바뀌어도변함없이 밝은 얼굴로 반기고방문객이 줄을 서서 인사하고 가네 사월 초파일 무렵엔 많은 인파가 몰려님이 놀던 자리에서 그네뛰기도 하고님을 생각하며 흥겨운 놀이로웃으며 즐겁게 지내지만님은 먼 곳에서 지켜볼 뿐이네 세월 따라 유행 따라 변해가는 옷차림미니스커트 물결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고배꼽티에 색색의 머리 염색을 하고찢어진 청바지.. 2023. 4. 15. 이전 1 2 3 4 5 6 7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