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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꽃이 된다113

시집에서(52) / 장광규 욕심 靑心 장광규 모래알처럼 작은 욕심이싹트기 시작하면탁구공만 하고야구공만 하다가축구공으로 변하고어느 사이허공을 향해 무한정 커간다바람으로 바람으로만 채우다허무하게 터지는 풍선 같은쓸모없는 쭉정이 욕심은 싫어작지만 단단한실속 있는 알맹이가 좋아참다운 욕심을 간직하고 싶다 2022. 11. 16.
시집에서(51) / 장광규 열쇠 靑心 장광규 좀 나긋나긋하면 좋으련만붙임성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호주머니 속에 들어가거나핸드백에 갇혀엉성하고 딱딱한 모습으로사람 가는 곳마다 졸졸 따라다니는 신세다날마다 챙겨야 하는 조금은 귀찮은 존재평소에는 관심 밖의 물건이지만차를 움직이거나집안에 들어가려면익숙한 손놀림에 이끌려낯익은 얼굴과 다정히 눈 맞춤하고헛수고하지 않게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군말 없이 행동하는 동반자가 된다있어야 할 자리에 없거나실수로 잃어버리면쩔쩔매며 황금처럼 귀하게 여기지만한두 번 혼이 난 후에는쌍둥이를 만들어 가지고 다닌다하루에도 몇 번이고 큰 일을 하는 일꾼생김새는 작지만 지칠 줄 모르며제 갈 길을 야무지게 가고 있다 2022. 11. 9.
시집에서(50) / 장광규 좋은 시절 靑心 장광규세상을 살아가며좋은 시절 꼽으라면물정 모르고 철없이 지낸어린 시절이라고 말할 거야투정 부리며 갈길 더듬거리면가족은 손 내밀어 따뜻하게이끌어주고 보살펴주었지행복한 시절을 묻는다면부모님 계실 때라고 할 거야조건 없는 사랑 베풀어포근한 정 느끼게 하고일상 속 실천으로삶의 지혜를 배우게 했지함께 있는 것만으로도부모님은 대들보가 되어든든하고 훈훈하지만멀리 떠난 후엔즐거움도 웃음도 시들하지어려서나 어른이 되어서나부모님 생전에 할 일 다해야자식 된 도리이며 기쁨인 것을뒤늦게 깨달으며 후회하지 2022. 11. 4.
시집에서(49) / 장광규 바위 靑心 장광규 새들이 노래하는 산속에서물소리 시원한 냇가에서혹은 동네 어귀에서자연 그대로 숨 쉬며쏟아지는 빗물로 목욕하고눈 내리면 하얀 옷 입어도 보며알맹이 있는 몸짓으로너는 너를 보여준다 하늘이 파랗게 웃는 날도바람 불어 추운 날도움직일 줄 몰라 멋을 모르지만이끼 낀 모습에는 부드러움이 있다 더러는 자꾸 귀찮게 해조각 작품으로 만들어놓지만변할 줄 모르는 묵직함으로겉도 속도 매한가지 단단함으로너는 네 자리에 다시 선다 2022. 10. 12.
시집에서(48) / 장광규 자연의 경고 靑心 장광규 오늘은 비가 내린 후 구름이 끼겠다내일은 아침 안개가 걷히며 대체로 맑겠다올여름은 길고 더울 것이며겨울엔 눈이 많이 내리고 포근하겠다산과 들을 훼손하는 것도강과 바다를 더럽히는 것도맑은 공기를 오염시키는 것도너희들이 하더니자연의 움직임까지도너희들 마음대로 점치느냐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춘하추동 사계절이 없어지고집중호우가 자주 나타나고매서운 한파에 폭설도 내리며고온에 비가 안 내릴지도 모른다그러기에 너희들의 예보는빗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맑은 하늘을 보는 것도비가 알맞게 내리는 것도기온이 기분 좋게 오르내리는 것도계절이 계절답게 오고 가는 것도엄청난 기상변화를 막는 것도너희들 말보다는 행동에 달렸느니라 2022. 10. 5.
시집에서(47) / 장광규 복습 靑心 장광규귀여운 아이야!세 살 먹은 아이야너의 곁에 있고 싶다너의 울음소리가 듣고 싶구나배고프면 젖 달라고아프면 만져달라고의사 전달하는 울음소리가천진난만한 웃음이 참 좋구나너의 거짓 없는 웃음처럼진실된 마음만 남기고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싶다맑은 눈을 다시 찾고 싶다세상 일을 바르게 보고보태지도 빼지도 않고제대로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아직은걷지 못하여도말할 줄 몰라도큰 힘을 갖지 못했어도아무 불편함 없이 살아가는세 살 먹은 아이야순수한 지혜를 다시 배우게너의 곁에 있고 싶다 2022. 9. 30.
시집에서(46) / 장광규 봄에는 靑心 장광규 귀 기울이지 않아도 흥겨운 소리 들리는가 잠자던 대지 깨어나며 만물이 꿈틀거리는 소리 새롭게 얼굴 내미는 생명들 반갑게 인사하는 소리 들리는가 듣는가 싱그러운 풍경 속에 행복한 모습 보이는가 꿈꾸던 세상을 만난 듯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꽃을 찾아 나선 나들이 계절을 닮은 옷을 입고 아이들 뛰노는 모습 보이는가 보는가 그대는 지금 따스한 태양의 웃음처럼 희망찬 새싹의 웃음처럼 깨끗한 새순의 웃음처럼 환한 꽃의 웃음처럼 맑은 바람의 웃음처럼 웃는가 웃고 있는가 2022. 9. 21.
시집에서(45) / 장광규 황톳길 靑心 장광규 맨발로 다녀도포근히 반겨주는황톳길 걷노라면쉬었다 가라며고무신발 놓아주지 않았지꼬불꼬불 좁은 길비가 내려도질퍼덕거리지 않게신작로에 자갈 깔았지이따금 버스 지나가면황토먼지 자욱해분간하기 힘든 길손으로 부채질하며 걸었지길가엔질경이 민들레 돋아나눈빛으로 인사 나누며마음이 여유로웠지흙냄새가 좋았던 길아스팔트에 덮여고무신 자국질경이민들레황토먼지잠자고 있지 2022. 9. 11.
시집에서(44) / 장광규 두고 온 고향 靑心 장광규 하루에도 몇 번씩 가고 싶지만 그때마다 갈 수 없어 마음속으로만 그려봅니다 그리운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보고 싶은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그들도 이곳저곳 흩어져 살기에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습니다 어쩌다 찾아가는 고향 언제나 어릴 적 그대로의 그림 같은 모습을 보고 싶지만 자꾸만 자꾸만 변해갑니다 차라리 잊으렵니다 보고픈 사람들을 만날 수 없어 이제는 고향에 아니 가렵니다 포근했던 추억을 빼앗아가는 변해버린 고향생각은 잊으렵니다 2022.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