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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心의 詩

좋은 세상 / 장광규

by 청심(靑心) 2015. 2. 10.

 

                                         

좋은 세상

 

                                靑心 장광규

 

세상 참 많이 변했지
그럼 많이 변하고 말고

어쩌다 대머리를 보면
품위 있는 높은 양반으로 보이고
배 나온 사람을 만나면
잘 먹고 잘 사는 사장님으로 생각했지
꽁보리밥에 된장국 먹으며
흰쌀밥 배부르게 먹고 싶었지


시래깃국도 맛있고
수제비 칼국수는 고급이었지
형 옷 언니 옷 물려 입으며
새 옷 좋은 옷 입고 싶었지
새로 사 온 옷 명절에 꺼내 입으며
아끼고 또 아꼈지

머리카락 빠진 사람 많아져
아닌 체 가발을 쓰고
배 나온 사람 늘어나면서
너나 나나 건강에 적신호
살찐 게 나쁘다며
에어로빅이며 걷기 운동도 하고
수영장에서 찜질방에서 
체중 조절하느라 땀 흘리네


삼겹살에 통닭 마구 먹어대고
햄버거며 피자 좋아하다가
희한한 병 무서운 병 생겨나니
싫어하던 보리밥에 상추쌈 찾고
잡곡밥에 청국장이 별미구나

청바지 일부러 구멍 뚫어 입고
팬티처럼 짧은 옷
속옷 같은 얇은 옷 입고 다니며
머리엔 울긋불긋 색을 칠하고
가리고 또 가려 꼭꼭 숨기던
몸매도 시원스럽네


머리카락 이식 수술도 할 수 있고
비만치료도 병원에서 한다네
유기농 식품 골라 먹으며
병 없이 오래 살기 원하네
옷차림과 머리 모양은 자유고
신체노출은 개성이라네

세상 좋아졌지
돈만 가지면
살기 좋은 세상이야
아무렴 좋은 세상이고 말고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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