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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心의 詩

갇혀 살다 / 장광규

by 청심(靑心) 2017. 9. 15.

 

 

갇혀 살다  

 

                                 靑心 장광규

 

움직이며 살아간다고
그걸 다 자유라 말하기 어렵다

 

집을 나서면 숨 돌릴 틈도 없이
습관적으로 버스 안에 갇히고 만다
버스에서 빠져나오면 끝이 아니다
제 발로 걸어 들어가
이번엔 전동차 안에 갇히게 된다

 

몇 번을 갇혔다 나왔다 하면서
어렵사리 일터에 들어서면
이제 정문은 굳게 닫혀버린다
그래도 마음이 안 놓이는지
사무실마다 온통 문을 걸어 잠가
이중삼중으로 갇히는 몸이 된다

 

집으로 왔다고 안심하지 마라
대문 안에 갇히고
방문 안에 꽁꽁 갇힌다

 

한 번쯤 넓은 들판에 나가 보라
잠시나마 여유가 생길 것이다
그러나 우주 안에 갇혀있는 걸 어쩌랴
여기 있어도 거기 있어도
숨지도 못하고 갇혀 사는 신세다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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