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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오호

일기 쓰기 / 장광규(張光圭)

by 청심(靑心) 2005. 3. 21.

 

이제는 초등학교라 부른다. 그러나 그때 국민학교라 부르며 함께 공부했던 아이들의 음성과 모습이 그립다. 그 초등학교에 다닐 때 방학 때면 과제물로 일기 쓰기가 빠지지 않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공부를 한 다음 세수를 하고 식사를 했다. 그리고 친구들 만나 놀았다. 뒷동산에 올라가 매미도 잡았다. 저녁식사를 하고 공부를 조금 하다 일찍 꿈나라로 갔다. 과제물을 본 선생님은 이렇게 일기를 쓰는 게 아니라며 힘주어 말씀하셨다. '하루 있었던 일 중에 기억하고 싶거나 느낀 점, 하고 싶은 일 등을 한 가지만 선택해 글을 쓰는 법을 길러라. 그게 일기다.' 그러나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전히 일찍 일어나고 세수하고 밥 먹고 학교 가고 숙제하고 친구하고 놀았다는 줄거리로 반복되는 일기를 써댔다. 선생님은 또 제목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제목을 먼저 정할 수도 있고, 나중에 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내용하고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제목을 정하는 것도 기법이라고 했다. 제목을 정하고 글을 쓰다가도 여러 번 제목이 바뀌어가는 걸 볼 수 있다. 아무튼 좋은 제목은 좋은 글을 쓰는 데 있어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 

                                                           2001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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