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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오호

민심은 천심이다 / 장광규(張光圭)

by 청심(靑心) 2009. 8. 17.

 

두메산골 농촌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곳의 주택구조는 몸채와 사랑채가 기본이다. 몸채와  사랑채 사이에는 마당이 있다. 조상 대대로 살아오기에 이사를 한다는 건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그렇게 살았는데 이곳 도시로 나오니 간직하고 있던 주택에 관한 생각들이 빗나가고 만다. 전세방을 몇 번 옮겨 다닌 후에야 겨우 내 집 마련을 했지만, 몸채에 사랑채에  마당이 있는 집은 꿈도 못 꾼다. 본인 이름으로 문패를 달 수 있는 집 한 채면 만족해야 한다. 그런데 이제는 이사를 하고 싶지 않아도 이주를 해야 할 서글픈 처지에 놓여 있다.       

 

단독주택 단지에서 살고 있다. 조용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곳이 몇 년 전에 뉴타운 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동네가 어수선해졌다. 개발을 원하는 찬성파와 개발을 원치 않는 반대파로 나뉘어 상대방을 원수처럼 여기며 말도 안 하고 지낸다.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며 언제 폭발할지 모를 분위기가 점점 더 험악해져 가고 있다. 대다수 주민들이 원하지도 않았고, 뉴타운이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개발구역으로 묶여버렸다. 나이 든 사람은 단독주택을 생계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반대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개발을 하게 되면 아파트에 입주할 때 분담금으로 많은 돈을 내야 되는데, 이렇게 생각해보고 저렇게 생각해봐도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 3층 건물을 내놓고 한 칸의 아파트에 가면서 몇 억이 되는 거액을 더 내야 하는데 누가 가만히 있겠는가. 뉴타운 재개발의 경우 원주민 입주율이 20%도 못 된다는 현실적인 통계를 신문과 방송을 통해 수없이 보고 듣는다. 그것은 많은 돈을 챙겨 분담금을 낼 재력이 없기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뉴타운 재개발은 투기를 부추기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원주민은 재산상의 손해를 보고 쫓겨나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돈을 빌려 입주를 하려고 해도 돈 나올 곳도 없고, 갚을 길도 없기에 중도에 입주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단독주택에서 방 세놓아 몇 푼 나오는 돈으로 노후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돈 없는 돈 다 긁어 모아 아파트에 들어간다고 하자. 수입은 끊기고 관리비까지 내야 되기에 돈은 이중삼중으로 더 들어가게 된다. 그 돈을 누가 책임지겠는가. 이렇듯 대책 없는 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없다. 용산참사와 같은 불상사가 일어날 불쏘시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서글프다.    

 

지금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 어딘지 알고 있는가. 
음식점도 아니고 물건을 팔고 사는 시장도 아닌 노동부 고용지원센터다.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증거다. 
일자리를 구하려 해도 일자리가 없다. 말로만 많은 일자리를 만든다고 떠들어대 놓고 실업자만 늘어나는데 대책은 없어 보인다. 지하철역 대합실에는 노숙자들이 많이 보인다. 공원 여기저기에도 노숙자들이 잠을 자거나 모여 있다. 이들도 일자리가 없어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살기가 힘들어서, 빚이 많아서 세상을 원망하며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사람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왜 이래야만 할까.     

 

4대강 사업을 한다고 한다.

지구온난화 등으로 홍수 및 가뭄피해가 빈발함에 따라 근원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경제위기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내수진작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수상레저, 문화활동 공간 및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수질이 오염되고 생태계가 파괴되어 대재앙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어마어마하게 투입되는 예산도 문제다. 4대강 사업에 예산이 들어가다 보니 꼭 필요하고 시급한 사업의 예산이 뒤로 밀릴 수도 있는 것이다. 국민의 피땀어린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이 헛되이 낭비되지나 않을까 큰 걱정이다.     

 

국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원하지 않은 사업을 추진하는 곳엔 집회와 시위가 있기 마련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민심을 파악하여 시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엉뚱하게도 시위가 일어나면 막을 방법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경찰청은 강화 플라스틱 소재의 방패막이 반자동으로 펼쳐지는 차벽차량을 제작하여 시연행사까지 가졌다. 시위대와 경찰 간의 물리적인 충돌을 막고 부상자 발생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화염병을 맞아 차벽에 불이 붙을 경우 자동으로 불을 끄는 자위 분무장치가 있단다.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채증 카메라 장치와 시위대 해산용 물포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발상이다. 시위 진압하는 경찰만 안전하면 된다는 건가. 국민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말이다. 뭔가 잘못되어가도 엄청나게 잘못되어가고 있다.     

서민들이 잘살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서민들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사업을 펼쳐서는 안 된다. 모든 사업은 국민의
폭넓은 동의를 얻은 후에 시행해야만 성공한다. 정부는 방관자 내지 구경꾼이 된듯한 느낌을 줄 때도 있다. 그래서는 대 안 된다. 죽어가는 국민을 살려야 한다. 가난한 국민을 살려야 하고, 마음 아픈 국민을 살려야 한다. 선거공약이라고 해서 많은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데 힘으로 밀어붙여서는 곤란하다. 4대 강 사업을 하기 전에 사람을 살려야 한다. 생태계를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 서민경제를 살려야 한다. 국민을 하늘 같이 생각해야 한다. 할 생각도 없는 일 또는 하지도 못할 일을 그냥 말로만 툭툭 던져보거나, 눈속임으로 사업을 펼쳐서도 안 된다. 피부에 와 닿는 사업을 펼치기를 많은 국민들은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심을 제대로 읽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국민의 목소리에 바른 자세로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09년 8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