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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오호

움직임이 건강이다 / 장광규(張光圭)

by 청심(靑心) 2015. 9. 7.

 

흔히들 편하게 사는 게 행복이라고 말한다. 특히 나이 들어서 편하게 사는 것은 어떻게 지내는 것일까. 나이 들었다고 온종일 집안에 있거나 볼일 없이 이리저리 다니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지루하기도 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구청의 복지관에 다니며 컴퓨터도 배우고 취미활동을 하는 것도 오래 하다 보면 싫증이 나기 마련이다. 그렇게 하는 것보다 일을 하면 신체적 심적 건강에 도움이 되고 약간의 용돈도 만들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매주 금요일이면 마사회 영등포지사에서 시간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같은 영등포에 살며 나이도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 고객들과의 만남도 삶의 활력소가 된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지만 기다려지고 그래서 더욱 반갑다.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도 하고 일이 끝나면 가볍게 술도 한잔씩 한다. 휴일을 택해 산으로 공원으로 나가 시원한 바람을 쐬기도 한다.           
           
금요일만 일하고 쉬기는 허전하고 아쉬워, 오랫동안 발품을 팔며 돌아다니다 발견한 곳이 있다. 그곳이 지하철 택배를
하는 곳이다. 택배의 순화어는 '집 배달' 또는 '문 앞 배달'이라고 한다. 상가에서 나오는 물건을 이곳저곳의 공장이나 가정집으로 배달하는 일이다. 동대문 종합상가에서 옷을 만들 수 있는 자재 및 부자재를 지하철을 이용해 서울시내는 물론 경기도까지 가서 전해주는 것이다. 전화를 통해 위치를 확인하고 찾아가게 되는데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 찾다 아리송하면 여러 번의 전화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지하철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버스를 타야 할 곳도 있다. 이른바 '어르신 교통카드'로는 지하철은 무료지만 버스는 무료가 아니기에 버스를 타게 되면  몇 푼 받는 수고비가 줄어드는 셈이다. 한 번 갔던 곳에서 주문이 들어와 비교적 쉽게 가는 경우도 있지만, 날마다 새롭게 가는 곳이 더 많기 때문에 그때마다 목적지를 찾는 어려움이 있다. 한 번에 한 개씩 가지고 나가기도 하고, 여러 개를 가지고 나가 급하다고 한 곳은 먼저 가는 등 순서를 잘 정해 배달한다.           
           
이 일을 한다고 많은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노력한 만큼 알맞은 대가를 받는 것이 아니기에 돈을 생각하면 안 된다.
날마다 꾸준히 움직이며 활동할 수 있으니까 좋다. 같은 또래의 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도 할 수 있고 고객들과도 물건을 전해주며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정신건강에도 좋은 것 같다. 물건을 전해주면 수고한다며 음료수나 커피를 주는 인정에 고마움도 느낀다. 여러 번의 전화와 여러 사람에게 물어가며 목적지를 찾아 당사자들에게 물건을 잘 전해주고 나면 성취감과 기쁨도 있다. 대체로 가벼운 물건이지만 가끔 무겁기도 하고 크기도 한 물건도 있다. 상가가 오전 9시에 문을 열어 오후 6시에 문을 닫으니까 거기에 맞춰서 일을 하게 된다. 9시쯤부터 일감이 나오지만 오전에는 물량이 적은 편이다. 오후에 많이 나오는 실정이다. 그래서 오후 6시면 상가는 문을 닫지만 그 이후에도 배달을 나가 늦게까지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가지고 나간 물건들을 고객에게 다 전해주고 나면 손도 가볍고 어깨도 가볍고 마음도 가볍다.

 

토요일은 상가가 오후 3시에 문을 닫으며 일요일은 휴무다. 평일에는 개인적으로 늦게 나갈 수도 있고 일찍 들어올 수도 있다. 집안에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쉬면서 일을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하루에 일하는 시간이 대체적으로 길지만 개인적으로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크다. 이 일을 하면서 시간이 돈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지하철 노선을 잘 익혀 어느 역에서 타고 어느 역에서 환승해야 시간이 덜 걸리고 빨리 갈 수 있는지 판단하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출구를 정확히 알아야 하고, 지하철을 탈 때 앞쪽에 또는 뒤쪽에 아니면 중간에서 타야 출구로 빨리 나갈 수 있는지도 미리 확인한다. 한 번 다녀온 곳은 전화기에 전화번호와 함께 찾아가는 방법을 입력해 두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래야 물건을 고객에게 쉽고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오늘도 지하철을 탄다. 까만 비닐봉지를 들거나, 서류봉투를 들거나, 꽃바구니를 든 노인들을 그 안에서 흔하게
마주친다. 집 배달을 하는 사람들이다. 전화를 하며 메모지를 꺼내 적기도 한다. 조금은 서두르고  바쁜 듯한 평범한 절차가 반복된다. 그 속에서 즐겁고 건강하게 지내려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시선이 특히 젊은 사람들의 시선이 머무를 때가 있다. 엉성하고 지저분하고 복잡하게 보일지 모르는 나이 든 사람들의 일하는 모습을 좋게 보아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2015년 9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