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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心의 詩

양계장으로 간 닭 / 장광규

by 청심(靑心) 2005. 9. 22.

 

 

 

양계장으로 간 닭

 

                            靑心 장광규

 

자식같이 가족같이 지내며
아침에 문 열어주면
앞다퉈 밖으로 나와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자라나는 잡초를 뜯어먹었지
땅에서 벌레도 잡아먹고
'구구' 불러 주는 모이도 먹었지
저녁이면 다시 닭장으로 들어가
편안하게 잠을 자기도 했지

어느 날 양계장을 만들더니
그곳으로 보내졌지
생산공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처럼
군대생활을 하는 젊은이들처럼
틀에 박힌 단체생활을 하면서
알을 만드는 노동을 하고 있지

자연과 가까이하기가 힘들어지면서
자유가 조금씩 조금씩 줄어들고
날개의 기능이 퇴화해 가고
사람들의 사랑이 자꾸만 멀어져 가지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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