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靑心 장광규
경주에 있는
다보탑을 품에 안고
주화로 태어나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십 원짜리 동전
몸값의
서너 곱절은 더 먹어야
햇빛을 보게 되지만
탄생의 기쁨은 잠시뿐
서랍 속 깊숙이 누워있거나
겨울철 난로 위에서 몸을 달구며
서러움을 겪는 신세
이곳저곳 여행하고 싶지만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고
가끔은 할 일이 있기에
이름을 지워버릴 수도 없는
나는 애물단지
<2001년>
애물단지
靑心 장광규
경주에 있는
다보탑을 품에 안고
주화로 태어나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십 원짜리 동전
몸값의
서너 곱절은 더 먹어야
햇빛을 보게 되지만
탄생의 기쁨은 잠시뿐
서랍 속 깊숙이 누워있거나
겨울철 난로 위에서 몸을 달구며
서러움을 겪는 신세
이곳저곳 여행하고 싶지만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고
가끔은 할 일이 있기에
이름을 지워버릴 수도 없는
나는 애물단지
<200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