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靑心의 詩

애물단지 / 장광규

by 청심(靑心) 2019. 1. 17.

 

 

애물단지

                 

                           靑心 장광규

 

경주에 있는
다보탑을 품에 안고
주화로 태어나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십 원짜리 동전

몸값의
서너 곱절은 더 먹어야
햇빛을 보게 되지만
탄생의 기쁨은 잠시뿐

서랍 속 깊숙이 누워있거나
겨울철 난로 위에서 몸을 달구며
서러움을 겪는 신세

이곳저곳 여행하고 싶지만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고
가끔은 할 일이 있기에
이름을 지워버릴 수도 없는
나는 애물단지

<2001년>

 

'靑心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 / 장광규  (0) 2019.01.31
물은 살아 있다 / 장광규  (0) 2019.01.23
달력 / 장광규  (0) 2018.12.07
바위 / 장광규  (0) 2018.11.10
단풍잎 / 장광규  (0) 2018.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