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靑心 장광규
백수건달도 아닌데
하늘이 맑은 날에는 방 안에서
잔뜩 찡그린 얼굴로 지내다
비만 내리면
정신 나간 사람처럼 헤헤 웃으며
비를 맞으며 밖으로 돌아다니는 신세다
이때 친구들 만나
이마를 마주칠 기회가 생기지만
기쁨의 순간은 스쳐 지나간다
당당하게 앞장서 나가는 날도
비가 그치고 햇빛이 나면
말 못 하는 분실물이 되어
낯선 사람의 손에 이끌려 가기도 하고
미아가 되어 헤매다
길거리에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운명은 바람 앞에 등불 같아서
재수 없으면 하루살이가 되기도 하고
탈없이 버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맞으며
여러 해 몸을 활짝 펴며 살려면
무병장수하는 천운을 타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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