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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꽃이 된다

시집에서(32) / 장광규

by 청심(靑心) 2022. 5. 4.

 

 

잡초

 

                               靑心 장광규

 

더러는 봄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고
아직은 겨울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꽉꽉 다져진 땅을 뚫고 올라오느라
굽힐 줄 모르는 힘을 다 쏟아야 하지
무거운 침묵의 잠에서 깨어나
자연에서 펼쳐질 일들을 그려보며
넓은 세상으로 얼굴을 살짝 내밀지

 

사람들이 새싹이라며 신기해하고
초록빛 움직임에 용기가 솟는다며
반기는 걸 보며 은근히 으쓱한 기분이지
몸을 보호하는 흙에 의지하고
갈증을 풀어주는 물과
체온을 유지하는 바람과
건강을 보살피는 햇빛이
적당히 조화를 이루기에
슬며시 존재를 알릴 수 있지

 

저 멀리 있는 태양이
지나치게 뜨거운 계절이 되면
지친 몸이 되어 정신 못 차리고
원래의 모습을 자꾸 잃어가게 되지
태어날 때 그 당당함은 어디로 가고
푸르던 잎 축 처져 나약한 모습 보이면
사랑받았던 손길에 의해
말없이 버림을 당해
이름을 감추고 조용히
새봄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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