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
靑心 장광규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둥우리에서 계란을 꺼내 꾸러미를 만들고
자루를 챙겨 쌀이랑 콩이랑 담고
닭도 한두 마리 골라 다리를 묶는다
준비한 물건들을 보자기에 싸서
어깨에 메고 손에도 들고
안개 자욱한 신작로를 따라
산길을 걷고 냇물을 건너
이십 리 장터를 간다
장터는 모여든 사람들로 떠들썩하고
가져간 농산물을 팔아
받은 돈으로 장보기를 한다
신발 상회에 들러 고무신을 사고
대장간에 가서 괭이랑 호미도 고르고
생선이며 건어물도 사고
농사일하며 두고 써야 할 물건들을
하나 둘 사다 보면 해가 중천에 걸린다
음식점에서 국수 한 사발 시켜 먹거나
찐빵 한 접시 사서 점심식사를 한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가면
무거운 짐은 소달구지에 실어 보내고
가벼운 장 보따리를 챙겨
왔던 길 찾아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동네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이야기도 나누고 샘터에서 물도 마시고
나무 그늘에서 잠시 쉬기도 한다
4일과 9일에 열리는 고향의 5일장
할아버지와 함께 가기도 하고
어머니를 따라가서 보았던
왁자지껄하고 정겨운 모습들
지워지지 않고 살아 있는
어린 시절 추억의 장날이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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