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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며 느끼며

<우리말 겨루기> 도전기 / 장광규(張光圭)

by 청심(靑心) 2009. 9. 2.

 

KBS 제1방송 프로에 <우리말 겨루기>가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리말 실력을 겨루는 프로다.  이 프로에 출연해 보려고 무려 다섯 번의 도전을 했다. 그 이야기를 이쯤에서 풀어놓을까 한다. <우리말 겨루기> 예심을 보기 위해서는 KBS 홈페이지에 신청을 해야 한다. 매주 신청을 하면 그다음 주 월요일에 발표를 한다. 이렇게 신청을 받아 예심은 한 달에 한 번,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한다.     
     
예심은 필기시험과 면접으로 되어있다. 필기시험에 합격한 사람을 대상으로 면접을 보게 된다. 필기시험 문제는 
20문제다. 커트라인은 미리 정해놓지 않는다. 시간은 15분이다. 이 15분 동안에 생각하고 답을 적어야 한다. 시간이 짧다고 느껴지기에 알고 있어도 생각이 안 나는 경우도 있다. 긴장도 되고 잘 보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집중하다 보면 아리송할 때도 있다. 매회 예심을 보기 위해 모이는 사람의 수는 200명 내외로 생각하면 된다. 이보다 훨씬 많이 올 때도 있다. 필기시험 합격자로 보통 50명 정도를 뽑는데, 필기시험 커트라인은 예측할 수가 없으며 필기시험이 끝나야 알 수가 있다. 필기시험 합격자도 상황에 따라 이보다 적게 또는 많이 뽑기도 한다. 내가 갔을 때 커트라인이 제일 낮게 나온 주는 12점이었고, 제일 높게 나온 주는 17점으로 기억된다. 필기시험문제가 매회 다르게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초등학생에서부터 어른까지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출연이 가능하며 나이 제한은 없다.

 

우선 예심을 보기 위해서는 KBS 홈페이지에 신청을 해서 당첨자가 결정이 되고 예심 일자도 공지가 되는 것이다. 참고사항이지만 매주 예심 신청자가 상당히 많다고 한다. 예심을 보기 위해 200명 안에 드는 것도 첫 번째 행운인 셈이다. 다섯 번 예심에 나가 필기시험은 두 번 통과했다. 첫 번째 필기시험 통과 후 면접에서도 좋은 점수가 나올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다. 그날 나이 든 사람도 별로 없었고 여러모로 면접 분위기가 아주 좋았기 때문이다. 나이 성별 직업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뽑는데 기대를 한 것이 실망으로 바뀌었다. 지난주에 실시한  8월 예심에서 두 번째 필기시험에 통과돼 면접까지 보고 기다렸지만 또 탈락됐다. 최종합격자 발표는 당일에 하지 않고 3일 후 수요일에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다. 합격자 수는 한 달 동안 본선에 출연할 숫자만큼 뽑지만 이미 많이 뽑아놨거나 면접 시 불만족스럽거나 하면 적게 뽑기도 한다. 반대로 필기시험 성적이나 면접 시 좋은 성적이 나오면 많이 뽑기도 한다. 또한 상반기와 하반기 지역예심에서 뽑아둔 인원이 있기에 일정치가 않다. 일주일에 5명씩 한 달 동안 출연할 인원은 20명 내외지만 어느 달은 10명도 뽑고 어느 달은 20명 남짓 뽑기도 했다. 이렇게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고 면접에서 선택받아야  본선에 오르게 되는데, 최종합격자로 발표되더라도 바로 방송에 출연하지는 않는다. 빠르면 2주 후쯤 출연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기다리고 있으면, 최소 일주일 전에 방송 출연 통보를 한단다.       

 

예심에 들어가기 전에 답안지에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게 된다. 주로 이걸 가지고 질문도 하고 면접을 보게 되는데 나는 아무렇게나 적어낸 것 같아 못내 아쉽기만 하다. 그것보다는 머리카락이 빠진 외모가 방송 출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 발표한 최종합격자 명단에 오르지 못했지만, 다음에 예심을 볼 기회가 온다면 소개서를 이렇게 쓰려고 생각 중이다.       

 

             <나의 소개서>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국군장병에게 위문편지를 보내면 답장이 많이 왔습니다.       
           그때부터 국어에는 흥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동차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는       
           사보 편집위원으로 사보에  수필 및 시를 쓰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시(詩)를 습작하면서, 사용하게 될 낱말의 뜻을       
           확인하며 글을 쓰고 있어 우리말을 익히는데 보탬이 됩니다.       
           어릴 적 서당에 다니는 형님 곁에서 어깨너머로        
           한자공부를 한 것도 우리말 사랑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말을 올바로 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우리말 겨루기>를 가족과 함께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기회가 오면 준비하고 노력한 우리말 실력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멋지게 발휘해 보고 싶습니다.       
       
사실 나에게 다시 예심을 볼 기회가 주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또 스스로도 볼 시간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도전은 계속해 보고 싶다. 도전자들 속에 끼어 그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솔직한 이야기로 국어 선생님이라고 우리말을 제대로 알고,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시간이 제한되기에 순발력도 필요하다. 서민적인 냄새도 맡을 수 있었고, 인간적인 속내를 털어놓은 사람도 있었다. 운 좋게 TV에 나가 소식을 나누지 못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솔직히 <우리말 겨루기>에서 우리말 달인이 되었다고 우리말을 전부 알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우리말은 무궁무진하다. 말이 있지 않은가. 제일 어려운 것이 한글이라고. 우리말 달인도 그날 출제된 문제가 공부한 것이어서 잘 맞힐 수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만약 국어학자들을 이 프로에 출연시켜 문제를 푼다면 흥미로운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낱말의 정의도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면 야후 다르고 다음 다르고 네이버 다르고 제 각각이다. 사전도 출판사마다 같은 낱말의 뜻이 조금씩 다르게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KBS에서는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우리말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필기시험을 치러 보니 좀 혼란스럽기도 했다. 말 그대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우리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순우리말만은 아니다. 그러기에 한자공부를 같이 하면 우리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어 <우리말 겨루기>에 출연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된다.

                                                                          2009년 9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