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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며 느끼며

5월이 열린다 / 장광규(張光圭)

by 청심(靑心) 2010. 4. 30.

 

날씨가 고르지 못해도 세상살이가 어렵고 힘들어도 시간은 한눈팔지 않고 꾸준히 흐른다. 자연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도 하고,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기도 한다. 내일이면 5월이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른다. 또한 신록의 계절이라고도 한다. 활기차고 생기가 넘치는 계절임은 분명하다. 5월은 초여름으로 접어든다. 초록의 나뭇잎은 짙은 색으로 시원하게 물들어 가고 기온도 자꾸 올라간다. 그래서 이때쯤이면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주변의 모습에서 겨울의 자취가 사실상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오월 초하룻날은 토요일이다.
큰아들 큰며느리 큰손자가 오겠다고 약속한 날이다. 아직 말을 못 하는 손자를 만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아주 좋다.
귀여운 모습으로 음식도 잘 먹어, 먹는 것도 보고 싶고 기다려진다. 이번에는 무엇을 새롭게 보여주며 우리를 기쁘게 해줄지 은근히 기대가 된다. 부산에서 근무하고 있는 작은아들도 올라온다. 아직 미혼이어서 회사에서 제공하는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혼자 떨어져 나가 멀리서 지내다 집에 오게 된다. 얼마나 집이 그리울까? 곧 서울로 오게 된다고 하는데 그때까지는 먼 곳을 가고 와야 한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으니 마음도 멀어지는 느낌이다. 그만큼 신경 쓰지 못하고 잊고 지내는 것이 현실임을 부인할 수 없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지낼 것 같다.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근로자의 날은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하고 근로의욕을 더욱 높이는 뜻에서 정부가 주관하는 기념일의 하나다. 광복
이후 세계 각국의 관례에 따라 5월 1일 메이데이를 노동절이라 부르며 기념행사를 해오다, 1958년 이래 3월 10일을 노동절로 정해 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1963년 노동법 개정 과정에서 명칭을 근로자의 날로 바꾸고 유급 휴무일로 정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노동운동이 급격히 활성화되면서 한국 노동연맹이 주도하는 근로자의 날 행사와 의미는 형식화되었고, 5월 1일 메이데이가 실질적으로 복원되어 이원화 양상을 보였다. 이에 정부는 노동계의 입장을 수용하여 1994년부터 날짜도 5월 1일로 옮기고, 근로자의 날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근로자들은 근로자의 날을 크고 의미 있게 생각하고 있는 편이다. 한편 기업에서도 근로자의 날에 근로자와 가족을 회사로 초청해 각종 행사를 하는 등 근로자를 격려하며 애사심을 느끼게 하고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는 현실이다. 

5월 5일은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날은 나라와 겨레의 앞날을 이어갈 어린이들이, 바르고 아름답고 슬기로우며 씩씩하게 자라도록 하기 위하여
지정한 기념일이다. 1923년 방정환, 마해송, 윤극영 등이 주축이 된 <색동회>가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하였으며, 1927년부터 5월 5일로 날짜를 바꾸어 행사도 열었다. 광복 이후에도 계속되어 1961년 제정하고 공포된 <아동복지법>에 의해 국정 기념일로 되었고, 1975년에는 공휴일로 되었다. 오늘은 우리들의 날이라고 어린이날 노래를 부르던 것이 엊그제만 같다. 어린이는 정말 나라의 보배며 미래다. 씩씩하게 자라야 한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많이 태어나야 할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아기가 태어나는 울음소리가 여기서 저기서 울려 퍼져야 한다. 나에게도 손자가 태어나고 보니, 또래의 아이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내 손자 같이 다 귀여워 보인다. 그러면서 손자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5월 8일은 어버이날이다. 
어버이날은 1956년부터 <어머니날>을 지정하여 행사를 해 오다가 <아버지의날>이 거론되자 1973년 5월 8일을
<어버이날>로 변경하고 기념일로 정하였다. 어버이의 은혜를 헤아리고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는 날이다.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로 퇴색해가는 경로사상을 확산하기 위한 범국민적 기념일이 되어야 한다. 어버이와 할아버지 할머니를 생각한다. 왜 그때 말을 잘 듣지 안 했을까. 좀 더 잘해 드리지 못했을까. 그런 마음으로 가득하다. 살아계신다면 잘할 수 있을 텐데 하는 때늦은 후회를 한다. 아이들을 비롯해 가족들에게라도 잘하며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날은 토요일이다. 어버이날에 토요일인지라 좋은 날인지 결혼식장에 두 군데를 가야 한다. 다행히 한 곳은 집에서 가까운 서울이고, 다른 한 곳은 조금 떨어진 부천이다. 시간도 겹치지 않고 네 시간의 간격이 있어 고민할 것 없이 두군 데 모두 참석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의 부담을 덜었다. 흔히들 10월에 결혼을 많이 하는 걸로 알고 있어 "10월의 신부"라는 말까지 있는데, 최근에 조사를 해보니 결혼을 제일 많이 하는 달이 5월로 밝혀졌다. 보통 결혼 2주일 전쯤 청첩장을 주고받음으로 좋은 결혼철인 5월에 청첩장을 더 받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으니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할 것 같다. 

5월 21일은 석가탄신일인 음력 4월 초파일이다. 
불교신도들이 석가탄신일을 경축하며 종교적인 차원에서, 사찰을 찾아 재를 올리고 연등을 하며 제등행렬을 한다.
연등행사는 신라 때부터 농사 풍년과 국가발전을 기원하던 예술제 성격의 연등회 행사로 유래되었다. 고려시대에는 궁중의 팔관회와 함께 민간의 행사로까지 확대된 연등회가 정착되어 국가적 차원의 성대한 불교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초파일 수십일 전부터 아이들이 종이를 잘라 등간에 매달아 깃발을 만들어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사용했는데 이걸 호기라고 한다. 이 호기의 풍속은 계속되어 초파일 며칠 전부터 민가에서 등간을 세우고 꼭대기에 꿩 깃을 끼워 천으로 만든 깃발을 매달았다고 한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사찰에서 거리에 등을 내걸고 경내에 수많은 등을 밝히는 등 공양 행사가 이어온다. 1996년부터는 연등축제로 이름을 바꾸고 제등행렬을 비롯하여 불교문화마당, 어울림마당, 대동한마당 등 행사가 추가되어 종합적인 축제가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5일은 어린이날이며 8일은 어버이날이다. 11일은 입양의 날이다. 또 15일은 스승의 날도 들어있다. 17일은 성년의
날이고,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모형제를 생각하고 이웃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우리 주위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날이 많아지고 가족행사도 많아진다. 가족에게 신경 쓰듯 불우가정 소외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랑의 달로 만들어 가면 좋겠다. 

                                                        2010년 4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