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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며 느끼며

나의 어머니 / 장광규(張光圭)

by 청심(靑心) 2010. 2. 1.

 

나의 어머니는 올해 여든일곱이십니다. 
어머니가 젊었을 때 열병을 앓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환갑이 되기 전부터 허리가 아프며 조금씩 굽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얼굴을 땅만 보고 걸어야 할 정도로 심하게 굽으셨습니다. 

어머니는 초등학교도 다니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자라면서 
집에서 한글을 배우셨다고 합니다. 
나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어머니한테 
'기역', '니은'하며 한글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내가 군대 생활을 하는 동안에 
어머니하고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물론 받침이 많은 글자는 제대로 못 쓰시고 
소리 나는 대로 적고, 많은 양의 글은 시간이 많이 걸렸답니다. 
나도 어머니께 편지할 때는 또박또박 정성을 들이고 
어려운 글자는 될 수 있는 대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허리가 불편한데 집에만 계시기 답답하다고 
여성회관이나 이웃집에 가실 때가 있습니다. 
가만히 한 군데에만 있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활동을 하면 건강에 도움이 될 듯도 싶습니다. 
움직이면서 힘들어하신 걸 보면 자식으로서 
편하게 해드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죄스럽기만 합니다. 

어제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명절도 다가오고 어머님도 보고 싶어서였지요. 
날씨도 봄이 온 듯 포근했습니다. 
논과 밭이 있는 들판을 보니 기분도 상쾌했습니다. 

어머니는 우리들 생각을 많이 하고 계셨습니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하십니다. 
손자들도 보고 싶고 궁금해하셨습니다. 
증손자도 많이 컸는지 물어보셨습니다. 
언제 모두 데리고 한번 오라고 하셨습니다.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서울로 발길을 돌리면서 
죄송한 마음으로 어머니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2010년 2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