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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는 심(心)이다103

시집에서(87) / 장광규 봄 그리기 靑心 장광규 멀리서 가까운 곳으로 땅 위로 물 위로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봄이 옵니다 봄은 언제나 새롭습니다 대지에 얼굴을 내미는 새싹도 나뭇가지에 돋아나는 새순도 초록으로 순하디 순하게 찾아옵니다 꽃은 여기저기에 핍니다 노랑나비 흰나비도 손님으로 옵니다 꽃을 보며 웃는 모습을 생각합니다 온 세상이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봄에는 봄옷이 어울립니다 느낄 듯 말 듯 부는 바람도 좋습니다 흐르는 냇물 빈 병에 담아 봄 향기 물씬한 꽃 몇 송이 꽂고 창문 열어 봄의 따스함까지 방안 가득 채우고 싶습니다 2024. 4. 3.
시집에서(86) / 장광규 운명 靑心 장광규 운명이란 태어날 때 정해지는 것일까 돌을 깎듯 다듬어가는 것일까 남 보기엔 땀 덜 흘리고도 여유롭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열심히 일하며 노력하여도 가난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복은 태어날 때 갖고 오는 것일까 살면서 만들어가는 것일까 처음부터 행복한 사람도 있고 살면서 행복을 일구어가는 사람도 있다 앞날을 미리 내다볼 수 없기에 행복은 어떻게 찾아올지 불행이 언제 올지도 모르지만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하며 힘든 순간의 고통을 이겨내고 기쁨과 즐거움을 쌓아가는 우리네 삶이 아름답다 2024. 3. 15.
시집에서(85) / 장광규 산에 오르며 靑心 장광규 산에 오르네 요리조리 길 따라 오르네 산에는 산에는 나무가 있고 그래서 숲이 생겨 여기도 저기도 쉼터가 되고 새들은 자유로운 몸짓으로 노래하네 바위는 묵직함이 있어 좋고 산속의 물은 갈증을 풀어주기도 하네 큰 나무 작은 나무 쭉 뻗은 나무 휘어진 나무 가지각색의 풀들 꽃도 제 각각 작은 돌멩이 큰 바위 생김새도 여러 모양 냇물은 지형 따라 여유롭게 흐르고 모든 것이 아무렇게 있는 듯 자연은 그대로가 아름다운 것임을 그 안에 들어가면 느낄 수 있네 산에 오르네 자연을 배우러 산에 오르네 산에 오르면 평온과 겸손이 따라오네 사람이 자연을 쓸데없이 손대지 않으면 자연도 사람을 반기며 베푸네 2024. 2. 24.
시집에서(84) / 장광규 차를 운전하며 靑心 장광규 손이 발보다 위에 있어 발놀림보다 손놀림을 고급으로 치지 손으로 가리킬 데를 발로 하거나 발길질로 물건을 밀치거나 하면 버릇없는 사람으로 여기기 마련이지 오죽하면 외국사람과 대화할 때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손짓도 모자라 발짓까지 했다며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겠는가 가깝게 사용하는 자동차 손으로만 운전하게 만들면 좋으련만 발의 힘을 빌려야 되는구나 최첨단을 가고 있으면서 원시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차에 오를 때마다 느끼는 야릇함이다 2024. 2. 18.
시집에서(83) / 장광규 고향의 돌담 靑心 장광규 크고 작은 돌멩이 세모난 것 네모진 것 둥글둥글한 것들이 서로 껴안고 보듬으며 침묵으로 공존하고 있다 붙임성 없고 우악스러워 와르르 허물어질 것 같지만 보기와는 달리 야무진 걸작이다 아이들의 즐거운 놀이터로 풍경사진의 배경으로 비바람 견뎌온 이끼 낀 보물이다 돌 틈 사이에 막대기 꽂아 호박넝쿨 뻗어 나게 해 주면 열매 주렁주렁 매달리는 평화로운 자연의 조화다 2024. 2. 9.
시집에서(82) / 장광규 좋은 느낌 靑心 장광규 오늘 만난 사람 처음 본 사람인데 오래오래 사귄 사람이거나 늘 함께 지내는 사람처럼 포근하고 부담 없이 마음을 나눌 수 있네 어릴 적 다정히 지낸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 보고 싶은 친구 같은 생김새도 닮았고 마음 씀씀이도 비슷해 그 친구를 만난 느낌이네 좋은 사람 만나면 보고픈 사람 만나면 삶의 이야기가 오가는 즐겁고 신나는 일상이네 2024. 1. 26.
시집에서(81) / 장광규 전철을 타며 靑心 장광규 고향 두고 떠나 온 나그네 근로자란 이름으로 탄 전철 사람들 만나 즐겁게 일하고 하루 해가 저물어 집으로 가는 지친 몸을 종점까지 데려다 주기도 하고 자주 이용한 경인전철은 내 슬픔 내 기쁨 다 안다 아쉬움 간직한 채 오래 다닌 일터 그만두니 가뭄에 콩 나듯 전철에 오른다 세월은 자꾸 흘러가고 전철 속 풍속도도 변해가고 나의 겉모습 속마음도 자꾸 빛바래간다 전철을 타면 사람들 틈에 끼여 자는 듯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길 수 있어 좋다 2024. 1. 17.
시집에서(80) / 장광규 동감 靑心 장광규 어릴 적 함께 뛰놀던 사람 성장하면서 헤어져 지내다 아주 오랜만에 만났네 근심 걱정 하나 없는 아주 건강해 보이는 얼굴이네 아들딸 낳아 잘 키우고 잘 지냈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이네 먹고 지내는 것 자고 입는 것 여유롭지만 으스대거나 자랑하는 말은 한마디도 꺼내지 않네 아들딸들도 자식들 낳고 건강하게 살며 내리사랑 이어가고 있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네 부모 마음은 다 같은 것 사랑하는 아들딸 잘 사는 모습 보는 재미 이 세상에서 제일가는 행복이고 기쁨이네 2024. 1. 6.
시집에서(79) / 장광규 때 묻히기 靑心 장광규 두고 온 산골마을엔 흐르는 물도 맑지만 그 속에 가재와 송사리가 살아 여유로움이 있네 소나무가 울창한 산에서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오면 논과 밭의 흙을 갈아 씨앗을 뿌리고 열매를 거두네 일하면서 손발에 흙이 묻어도 보드라운 화장품 같아 물로만 씻어도 되네 사람도 건물도 많은 곳에서 맨 처음 눈에 띈 것은 쇠붙이에 벌겋게 슨 녹이네 어떻게 해서 녹이 생길까 저 녹이 결국은 어디로 갈까 혹시 내 몸에 묻지나 않을까 항상 개운하지 못한 느낌이네 깨끗한 세상에서 깨끗하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느 사이 몸과 마음이 더럽혀지네 고철에 슨 녹보다 더 보기 싫게 되었는지 모르네 저절로 더럽혀지는데 쇠붙이에 녹슨 걸 보고 더럽다 말할 일 아니네 때 묻히기 정말 쉬운 것이네 2023.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