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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는 심(心)이다103

시집에서(69) / 장광규 적응 靑心 장광규 태양이 뜨거운 계절에는 밖으로 나가 더위를 반기렵니다 내리쬐는 햇빛에 땀을 흘리고 햇빛으로 땀을 말리는 구릿빛 피부가 좋아 아버지 모습을 닮으렵니다 하루해가 길어 무더운 날은 그늘만 찾지 않고 여름을 느끼렵니다 그러다 견디기 힘들면 등목하고 부채를 챙기며 성급함을 멀리 보내는 어머니 마음을 배우렵니다 2023. 7. 29.
시집에서(68) / 장광규 여름 그리기 靑心 장광규 풀 냄새 꽃 향기를 못 잊어 봄이 잠들기도 전에 시나브로 여름은 시작되었나 보다 하지가 지나면 삼복더위가 어김없이 찾아오고 이마에서 등줄기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질 때면 보다 못한 수도꼭지는 줄줄줄 외줄기 눈물 흘리는 소리 얼음과자 청량음료는 아이들 입에서 여름을 지내고 더위가 무서운 사람은 산바람 바닷바람을 찾아 나선다 도심을 빠져나가지 못한 더위 먹은 아스팔트는 맥없이 졸고 가로수는 그림자로 길게 눕는데 바람은 어디 갔나 보이지 않는다 2023. 7. 14.
시집에서(67) / 장광규 장맛비 靑心 장광규 날마다 비가 내려도 짜증 부리지 마라 아침마다 우산을 챙겨야 한다고 귀찮아하지 마라 뜨거운 나라 베트남에는 일 년 중 반년은 우기로 비가 내린다 오랫동안 전쟁을 할 때에도 논밭에는 온갖 곡식이 자라고 들판에는 과일이 풍성하게 열렸다 아프리카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물이며 먹을 것이 부족해 굶주림과 질병에 허덕이고 있다 비는 번영과 축복의 근원 새벽에 찾아오더라도 바짓가랑이가 젖더라도 오는 비를 반갑게 맞으며 물을 소중하게 여길 일이다 2023. 7. 8.
시집에서(66) / 장광규 추억 속으로 靑心 장광규 아마 기억에서 지워졌을지도 모릅니다 너무나 오래된 일이기에 잊어버렸거나 생각이 안 날 수도 있습니다 깊은 산골마을 빈터에서 꼬마들이 신나게 놀고 있을 때 자욱한 안개 사이로 하늘에서 이상한 게 내려오고 있었지요 비행접시다 야! 비행접시다 아이들의 외침에 동네 어른들도 모여들곤 했지요 네댓 대가 한꺼번에 내려오는 접시 모양의 괴물체에서 작은 기계소리가 나기도 하고 이상한 얼굴 모습도 보이고 알 수 없는 음성도 들리는 듯했지요 내려오다 머리 위에 잠시 멈추었다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지곤 했는데 한 번이 아니고 여러 차례 목격했지요 그때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그때 그곳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추억을 떠올릴 사람을 찾습니다 2023. 7. 1.
시집에서(65) / 장광규 어머니는 靑心 장광규 어머니! 어머니에게는 보이지 않는 무게가 있습니다 좋은 일이 있으면 좋은 대로 힘든 일이 있으면 힘든 대로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안으로 안으로 보듬습니다 평평한 길을 걷기도 하고 때로는 큰 고개를 넘으며 살아온 수많은 세월 가끔 꺼내 들려주는 포근하고 생생한 이야기는 시가 되고 소설이 됩니다 보일 듯 잡힐 듯 보탬 없는 진솔함으로 인내하고 희생하며 지낸 삶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으리오 책으로 엮으면 여러 권이 될 그 두껍고 가득한 무게를 어머니는 고스란히 간직합니다 2023. 6. 2.
시집에서(64) / 장광규 아내와 TV 靑心 장광규 TV 앞에 앉은 아내 가끔은 관상쟁이가 된다 등장하는 인물을 살피며 저 사람 귀가 커서 장수할 상이고 저 사람 콧날이 오뚝해 눈이 높을 것 같고 저 사람은 내가 볼 때 고집이 셀 것 같다며 어설픈 관상을 본다 건강프로를 보며 이번에는 의사가 된다 건강을 유지하려면 등 푸른 생선이 좋고 신선한 야채가 좋고 기름에 튀긴 음식은 피하고 짜고 맵게 먹으면 안 되고 날마다 규칙적으로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며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을 혼자만 아는 체 반복한다 경제 이야기가 중심이 되지만 때론 정치에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슬픈 사연을 보며 눈물 흘리고 코미디를 보며 웃기도 한다 2023. 5. 13.
시집에서(63) / 장광규 사람의 마음 2 靑心 장광규 파란 하늘을 보면 기분이 상쾌하고 계절은 봄이나 가을이 좋지만 때로는 비 오는 날이 기다려지고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이 그리워지고 사랑하며 살아야지 다투지 말고 살아야지 하면서 어느 순간 티격태격하다가 시간이 지난 후에야 뉘우친다 순간을 참으면 웃으며 넘길 수 있음을 남의 단점은 눈으로 잘 보면서 나의 부족함은 잘 모르며 지낸다 남의 흉 하나면 나의 흉은 열인데도 돈보다 건강이 먼저라고 생각하면서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돈을 벌려고 한다 세상사 돈으로 다 해결할 수는 없지만 돈으로 풀 수 있는 일도 너무 많기에 흐르는 물 같다는 세월 그 세월이 빨리 간다고 붙잡으려고도 하고 세월아 빨리 가거라 재촉도 한다 열 길 물속은 알 수 있어도 한 길 사람의 마음속은 알 수 없는 것 오늘.. 2023. 4. 29.
시집에서(62) / 장광규 광한루원 靑心 장광규 지도를 챙겨 설명할 필요가 없는 관광지로 유명한 광한루원 요천수 맑게 흐르는 고을 남원에 예스럽게 자리 잡고 있네 커다란 나무들이 군데군데 서 있고 오작교랑 월매집이 발길을 붙잡는데 연못의 잉어들은 요리조리 몰려다니며 길을 안내하느라 온종일 바쁘네 한복을 곱게 입은 춘향의 초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수없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밝은 얼굴로 반기고 방문객이 줄을 서서 인사하고 가네 사월 초파일 무렵엔 많은 인파가 몰려 님이 놀던 자리에서 그네뛰기도 하고 님을 생각하며 흥겨운 놀이로 웃으며 즐겁게 지내지만 님은 먼 곳에서 지켜볼 뿐이네 세월 따라 유행 따라 변해가는 옷차림 미니스커트 물결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고 배꼽티에 색색의 머리 염색을 하고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관광객도 있는데 이제 .. 2023. 4. 15.
시집에서(61) / 장광규 자연의 힘 靑心 장광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땅에서 솟아난 것도 아닌 순전히 조상님 덕분이다 나이를 먹으며 성장하는 건 산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은 부모님 은혜다 더불어 저 조화로운 자연의 힘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풀과 나무를 자라게 하고 꽃과 열매를 맺게 하는 따사로운 햇빛 시원한 바람 졸졸졸 흐르는 물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 2023. 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