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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는 심(心)이다103

시집에서(60) / 장광규 촌놈 일기 靑心 장광규 휴일이 돌아오면 남들은 놀러 간다고 야외로 나간다고 아침부터 요란하지만 그게 참 신기하고 어색할 뿐이야 텔레비전을 보며 피로를 푸는 그런 습관이 몸에 익숙해서인지 휴일은 집에서 쉬는 게 좋아 모처럼 밖으로 나갈 계획을 세우면 고향에 갈 일이 생기거나 비를 내려 하늘이 말리거나 다른 볼일이 생기기도 하지 시골에서 자라면서 가까이 있는 학교에 갈 때도 신작로 따라 읍내에 갈 때도 논밭으로 일하러 다닐 때도 들판을 지나고 내를 건너고 산길을 걷기도 하면서 매일 자연과 함께하고 맑은 공기를 호흡하니까 따로 날을 잡아 놀러 갈 필요가 없었지 지난날 좋은 곳에서 생활했으니 지금은 놀러 못 다녀도 괜찮아 마음에 날개 달아 새들이 노래하고 나비들이 훨훨 춤추는 아름다운 기억 속으로 추억여행을 하.. 2023. 2. 5.
시집에서(59) / 장광규 술병 속에는 靑心 장광규 술병에는 술만 들어 있는 게 아니더라 기쁨이란 것이 들어 있어 술 한잔 먹을 때 함께 따라 들어가 어느새 마음을 흐뭇하게 해 준다 기쁨 한 가지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서너 잔 마시고 나면 세상만사 부러울 것 하나 없는 복 받은 사람이 되는데 근심 걱정 다 잊게 해 주는 행복도 들어 있는 모양이다 모든 술병에 기쁨과 행복만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이 마시게 되면 고독이라는 것이 찾아오고 괴로움이라는 것도 나타난다 이 병 저 병 술병 속에는 슬픔이라는 것 불행이라는 씨앗도 들어 있더라 2023. 1. 20.
시집에서(58) / 장광규 나무 靑心 장광규 연약한 듯 말없는 듯 보이는 나무는 나무는 봄 나무는 힘과 용기가 대단해 새순으로 껍질을 뚫고 웃으며 반갑게 인사한다 마음이 넓고 넓은 나무는 나무는 여름 나무는 잎과 잎이 손을 맞잡고 그늘을 만들어 준다 멋을 느낄 줄 아는 나무는 나무는 가을 나무는 푸른 옷 붉은 옷 갈색 옷을 보기 좋게 갈아입는다 추위를 타지 않는 나무는 나무는 겨울나무는 고운 옷 벗어버리고 차가운 바람 따라 운동하면서 새봄을 준비하고 있다 2023. 1. 13.
시집에서(57) / 장광규 벌레 먹은 과일이 맛있다 靑心 장광규 생김새도 비슷하게 같은 핏줄로 태어나 햇빛이랑 바람이랑 다 같이 쐬고 내리는 비에 몸 씻으며 성장해도 열매는 등급으로 갈라서기 마련이다 가뭄에 먹을 물 제대로 못 먹고 불볕더위 찾아와 괴롭히고 때로는 태풍에 시달리느라 성장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잘난 척 힘센 척하면 몰라도 그냥 가만히 있으면 심지어 벌레까지 얕보고 달려든다 클 만큼 크고 자라 상자 속에 잘 익은 것으로 색깔 좋고 큰 것으로 멍들지 않고 싱싱한 것으로 향기까지 골라 담으면 선택된 과일은 후한 대접을 받는다 벌레가 먹었거나 크지 못한 째마리 과일은 처량한 신세다 하지만 본디 벌레란 놈은 농약 안 뿌린 것은 잘도 알고 맛있는 것을 귀신같이 찾아내기에 벌레 먹은 과일을 버릴 것이 아니더라 2023. 1. 7.
시집에서(56) / 장광규 인연 靑心 장광규 오늘도 사람들은 사람을 만나며 살아간다 골목길에서 마주치며 지나가고 지하철 안에서 옆자리에 앉기도 하고 일터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멀리 찾아가 반긴다 낳아 길러준 부모님을 보살펴준 형을 철부지였던 동생을 시집간 누이동생을 그리운 사람 사람을 삶이란 사람과의 만남이다 건강하고 진실한 웃음 남을 생각하는 따뜻한 정 여유로운 마음이 있으면 좋으리 외딴집 외딴섬 사람이 사람을 더욱더 반기는 모습을 눈여겨보며 살 일이다 2022. 12. 31.
시집에서(55) / 장광규 하늘 靑心 장광규 아주 먼 곳에 있어 그리워하며 쳐다보기만 한다 그대는 가슴이 넓어 작은 나를 꼭 안아줄 때도 있다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는 파란 마음을 가진 그대 그대를 보며 웃을 수 있어 좋다 더울 땐 비 내려 식혀주고 추울 땐 눈 내려 포근히 덮어주는 그대는 어머니 손길처럼 따스하다 낮에는 환하게 밝혀 일하게 하고 밤에는 어둠을 보내 잠자게 하는 그대는 정말 고마운 천사다 동쪽에 있어도 서쪽에 있어도 산에서 보아도 바다에서 보아도 변함없는 그대는 영원한 동반자다 2022. 12. 24.
시집에서(54) / 장광규 체감온도 靑心 장광규 바람 불며 눈 내려도 무명옷 입고 웃으며 지낼 수 있었네 쏟아지는 눈을 보고 '쌀이라면 좋겠다'하면서 보릿고개 넘어왔네 수은주는 영하로 떨어져도 하는 일 즐겁고 희망으로 행복한 일상 옛날처럼 선(善)하게 사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이 하늘에 닿아 눈송이 흰 눈송이 포근히 내려 추워도 춥지 않은 겨울을 지내고 싶네 2022. 12. 10.
시집에서(53) / 장광규 물은 살아 있다 靑心 장광규 물은 아주 작은 것이다 씨도 열매도 없는 걸 보면 더욱 그렇다 잡히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고 밀가루처럼 부드럽기도 해 무서워 멀리 피할 이유도 없고 두려워 숨을 필요도 없다 본디 작고 연약하지만 손에 손을 잡고 모여 개울을 만들고 강을 이루고 흘러가 바다에서 출렁거린다 평소엔 한없이 순하지만 기온이 내려가 추위를 느끼면 없는 힘 있는 힘 다 모아 하얀 얼굴로 무장하고 몸은 더욱 강해진다 서로 어깨와 어깨를 가슴과 가슴을 얼싸안아 억세고 끈끈한 포옹을 한다 얼마나 세게 끌어안은 지 떨어지지 않는 하나의 덩어리 얼음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영원히 변치 않을 것 같은 차가운 냉정한 표정 돌처럼 무심한 단단함도 남녘에서 봄바람이 불어오고 꽃들이 여기저기서 피어나면 너그럽게 마음을 풀어.. 2022. 11. 25.
시집에서(52) / 장광규 욕심 靑心 장광규 모래알처럼 작은 욕심이 싹트기 시작하면 탁구공만 하고 야구공만 하다가 축구공으로 변하고 어느 사이 허공을 향해 무한정 커간다 바람으로 바람으로만 채우다 허무하게 터지는 풍선 같은 쓸모없는 쭉정이 욕심은 싫어 작지만 단단한 실속 있는 알맹이가 좋아 참다운 욕심을 간직하고 싶다 2022.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