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詩)는 심(心)이다

시집에서(79) / 장광규

by 청심(靑心) 2023. 12. 30.

 

 

때 묻히기

 

                        靑心 장광규

두고 온 산골마을엔
흐르는 물도 맑지만
그 속에 가재와 송사리가 살아
여유로움이 있네
소나무가 울창한 산에서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오면
논과 밭의 흙을 갈아
씨앗을 뿌리고 열매를 거두네
일하면서 손발에 흙이 묻어도
보드라운 화장품 같아
물로만 씻어도 되네

사람도 건물도 많은 곳에서
맨 처음 눈에 띈 것은
쇠붙이에 벌겋게 슨 녹이네
어떻게 해서 녹이 생길까
저 녹이 결국은 어디로 갈까
혹시 내 몸에 묻지나 않을까
항상 개운하지 못한 느낌이네

깨끗한 세상에서 깨끗하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느 사이
몸과 마음이 더럽혀지네
고철에 슨 녹보다 더
보기 싫게 되었는지 모르네
저절로 더럽혀지는데
쇠붙이에 녹슨 걸 보고
더럽다 말할 일 아니네

때 묻히기 정말 쉬운 것이네

 

 

'시(詩)는 심(心)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집에서(81) / 장광규  (130) 2024.01.17
시집에서(80) / 장광규  (108) 2024.01.06
시집에서(78) / 장광규  (27) 2023.12.17
시집에서(77) / 장광규  (61) 2023.12.10
시집에서(76) / 장광규  (48) 2023.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