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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노래

바나나를 먹으며 / 장광규

by 청심(靑心) 2005. 9. 22.

 

 

바나나를 먹으며

 

                             靑心 장광규

 

시장에서 사 온 바나나를
잘 익은 거라며 맛있게 먹지만
그건 잘 익은 것이 아니다
그건 맛있는 것도 아니다

 

베트남 전쟁에 갔을 때
매복 나갔다 돌아오며
전우가 꺾어다 준 바나나 가지에는
정말 맛있는 것이 많았다
하나 둘 잘 익은 것만 따먹고
나머지 덜 익은 것은 가만히 두면
저절로 노랗게 익어가곤 했다

 

바나나를 먹으면 베트남 생각이 난다

뜨겁디 뜨거운 날씨
엄청나게 쏟아지는 남국의 소나기
영원히 잊히지 않는 정글
새벽에도 울어대는 산새소리
무표정 속의 웃음과 눈물
모깃소리 총소리 대포소리
따뜻하게 나눈 전우애
고향생각 가족 생각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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