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靑心 장광규
지하철 노약자석
한쪽은 깍짓동만 한 사람이 앉고
한쪽은 보통 몸집의 사람이 앉아 있다
비집고 그 가운데에 앉을까 생각하다
이래저래 불편할 것 같아
저만큼 비켜나 손잡이를 잡고 선다
출입문이 열리자 막 승차한 사람이
재빠른 동작으로 빈자리를 차지한다
앉자마자 다리 꼰 사람과 실랑이가 벌어지고
얼굴을 붉히며 큰소리까지 주고받더니
벌떡 일어나 어디론가 떠난다
몇 정류장 지나 환승역에 다다르자
깍짓동만 한 사람 뒤를 돌아보며 내린다
누군가가 얼른 그곳에 앉는다
통로에 있던 사람 남은 자리를 채운다
세 사람 앉아 조용히 지하철을 타고 간다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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