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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어라

자율(自律) / 장광규

by 청심(靑心) 2024. 1. 20.

 

나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공부하라는 말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무관심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대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을 자주 했다. 동네 어른들 보면 인사 잘하고 착하게 행동하라고 했다. 무엇보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건강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태권도 도장에 다니며 몸과 마음을 단련하도록 하기도 했다.

휴일이면 가족이 관악산에 가기도 하고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나가 바람을 쐬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가까운 학교로 가 함께 뛰며 운동장을 돌기도 하고 가끔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기도 했다. 근린공원에서 계절의 흐름을 느끼며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놀기도 하고, 애국가가 나올 때까지 TV를 함께 시청하기도 했다.

습작을 하는 나에게 다가와 구경을 하다가 어느 틈에 아이들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걸 보곤 했다. 공부를 하든 안 하든 그게 중요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마음에 들어 신경 쓸 일이 없었다. 놀 때는 신나게 놀고 공부할 때는 충실히 했는지 반장도 하고 상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성장한 두 아들이 군대에도 잘 다녀오고 결혼도 하여 나처럼 아들만 둘씩 두었다.

손자가 넷이지만 손녀가 그립기도 하다. 반갑고 귀여운 손자들이 초등학교에 다니기 전, 집에 올 때면 나의 움직임에 관심이 많았다. 장난감을 가지고 함께 놀다가 컴퓨터 앞에 앉으면 '할아버지, 뭐 하세요?'  하는 것이다. '응, 공부한다'라고 말하면 손자들은 '할아버지, 저도 공부하게 연필 주세요'라고 했다. 종이와 연필을 챙겨주면 낙서를 하며 노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회사에 다니고 있는 두 아들, 학교에 가는 걸 신나고 재미있어하는 손자들이 있어 흐뭇하다. 무슨 일이든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억지로 시키는 것보다 스스로 느끼며 실천하게 하는것이 기분이 상하지 않고 능률도 오르는 현명한 방법이다. 날마다 웃으며 평범하게 생활할 수 있는 게 행복일 것이다. 자율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자율(自律) -남의 지배나 구속을 받지 아니하고 자기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어떤 일을 하는 일.  또는 자기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여 절제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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