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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어라

기다린 만남 / 장광규

by 청심(靑心) 2024. 4. 27.

오늘은 4월의 마지막 토요일이다. 5월 가정의 달 행사를 앞당겨 하기로 했다. 큰아들과  작은아들의 회사일과 개인적인 일들을 고려해 5월에는 시간이 마땅치 않아 두 아들이 의논해 잡은 날짜가 오늘이다. 서울에 사는 나와 작은아들 그리고 수원에 사는 큰아들이 만나기 좋은 곳으로 강남구 신사동을 택했다.


오랜만에 만나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되었다. 자주 만나야 하는데, 그렇게 쉽게 되지 않는다. 두 아들의 회사일뿐만 아니라 손자들이 학교에 다니고 취미활동도 하다 보니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바쁘게 사는 게 행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음식도 맛있게 먹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하고 들으며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이때 상품권을 받기도 했다. 상품은 소고기 선물꾸러미다. 그런데 기다리고 기다려도 상품은 오지 않았다. 지난 3월 12일에 녹화를 해서  3월 25일에 방송을 했는데 좀처럼 오지 않았다. 방송에 나간걸 주위나 친지에 알리지 않았는데 그 방송을 보았는지 '소고기 잘 먹었느냐'라고 전화가 오기도 하고 아내가 밖에 나가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아저씨가 타 온 소고기 우리와 같이 먹자'라고 하는 소리를 많이 듣고 지냈다.

수원에 사는 손자들도 부르고 같은 영등포에 사는 손자들도 불러 함께 먹으려고 기다리니 시간이 더디게 가는 느낌이었다. 언젠가 예심을 보러 갔을 때 방송이 나간 후 한 달 정도가 지나야 상품이 온다는 말을 스치듯 들은 것 같기도 했다. 해 뜨면 움직이고 해 지면 잠자는 일상 속에 하루하루가 지워지듯 지나가고 소고기 생각도 잊혀 갔다.


드디어 지난 4월 25일 소고기가 왔다. 방송이 나간 후 딱 한 달 만에 온 것이다. 애당초 계획이 빗나가고 말았다. 우스운 이야기일지 몰라도 소고기가 일찍 왔으면 그때 만나고 가정의 달을 맞아 또 만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 그 소고기를 절반으로 나누어 두 아들에게 싸 주었다. 집에 가서 손자들과 먹으며 우리말을 사랑하는 생각이 더욱 단단하게 살찌기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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