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속의 돈
靑心 장광규
지갑 속에 지폐 몇 장 들어 있다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던 건 아니지만
어디서 왔는지가 관심사는 아니다
점포 앞 노상에서 장사하는 할머니가
꼬깃꼬깃 번 돈이거나
술집에서 거나하게 취한 사람이
기분 내며 팁으로 냈던 돈이거나
한국은행에서 바로 온
손때 묻지 않은 빳빳한 돈이거나
똑같은 값어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쓰는 곳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크기와 무게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내 지갑에 있다고 내 것이 아니며
발이 없어도 잘 돌아다닌다
아니 안 보이게 날아다니는 것이다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쓰는 사람 쓸 곳에 쓰고
받는 사람 기분 좋게 받을 수 있게
필요한 곳 요긴한 곳으로
생명력 있게 돌고 돌아야 한다
물이 고여 있으면 썩듯이
지갑 속에 오래 갇혀있으면
가을날 떨어져 쌓이는 낙엽만 못하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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