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靑心 장광규
언젠가 어느 기성작가의 절필 선언이 신문에 실렸다
붓을 꺾는다는 뜻인데
다시는 글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독자들이 전화도 하고 야단스럽던 적이 있었다
뜬금없이
그 작가의 심정을 이해하고 싶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나를 본다
글을 쓰겠다고 글을 써보지만 글다운 글을 발견할 수 없다
아무런 발전이 없다
신선한 맛이 나지 않는다
조금씩의 변화도 없다
언제나 틀에 박힌 똑같은 모습들이다
머리 나쁜 아이가 열심히 노력하며 공부하는데도
항상 그 성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것만은 대견스럽다
그릇에 건져 담을 건더기가 없다
지금까지 헛수고만 한 느낌이다
내가 절필한다고 해도 말릴 사람도 없고
눈 하나 깜박거릴 사람도 없을 것이다
나도 할 말은 있다
밥이 나오는 것도 술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고통스럽게 글을 쓰려고 할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글을 쓰고 안 쓰고는 순전히 나의 마음이다
그렇다
절필(切筆)이 아닌 절필(節筆)을 생각한다
나의 글에서 병아리 눈물만큼이라도
진전되는 새로움이 발견되었으면 좋겠다
웃음이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여운이 남는 글을 쓰고 싶다
삶의 냄새가 풍기는 글을 쓰고 싶다
꾸밈이 없는 소박한 글을 쓰고 싶다
평범함 속에 느낌이 있는 글을 쓰고 싶다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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