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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며 느끼며

<우리말 겨루기> 출연 / 장광규

by 청심(靑心) 2012. 6. 26.

                      

                      <집사람과 큰아들과 큰며느리가 응원하였다..>     

 

2012년 6월 25일에 방송된 KBS 1 TV의 <우리말 겨루기>에 출연했다. 어렵게 잡은 기회였지만, 긴장과 서두름으로 실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방송이 끝나고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와, 아쉬운 마음과 바보스러운 모습을 감출 길 없어 밤새 뒤척이며 잠을 설쳤다. 제작진이 긴장하지 말라고 그렇게 강조했는데, 초반엔 지나치게 긴장하였고 후반엔 침착하지 못한 대응이었다. 더 이상 이야기하면 변명이 될 것 같고, 좋은 성적을 못 냈으니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긴장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 제작진의 뜻을 깨달으며,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여러모로 신경을 써준 데 대하여 고마움을 전한다. 

 

평소 <우리말 겨루기>에 재미를 느끼게 되었지만 관심은 2009년 초반부터 갖게 되었다. 처음엔 준비도 없이 신청하고 당첨이 되어 방송국에 갔지만 면접에서 떨어지는 등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방송을 꾸준히 보는 동시에  신청도 계속했다. 시험에 합격되어 방송 출연이 결정되면 공부를 하려고 계획을 세웠지만 갈수록 문제도 어렵게 출제되고 형식도 바뀌어갔다. 그래서 취미활동인 시 습작을 하면서 사용할 낱말을 사전에서 한 번 더 확인하고, 연결해서 그 뜻에 나오는 애매한 낱말도 확인하는 습관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또한 출연이 확정된 뒤에는 나름대로 방법을 만들어 우리말 공부를 이어갔다. 우리말을 공부한다는 표현이 어색하고 적절치 못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공부'의 사전적 의미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이다. 그러기에 이날 이때까지 우리말을 제대로 모르는 것이 이상할 뿐, 공부한다는 것이 조금도 틀린 표현은 아닐 것이다.

 

매달 신청해도 당첨이 안되어 오랜만에 시험을 보러 온 사람에 비하면 나는 행운이 따랐다고 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여러 번 시험을 볼 수 있었으니까. 또한 방송국이 가까운 것도 나에게는 큰 장점이다. 버스로 두 정거장 거리니까 얼마나 좋은가. 갈 때는 차를 타고 가고, 올 때는 여의도공원도 들르고 이곳저곳 구경도 하며 여유 있게 걸어오는 재미도 있었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신청해놓고도 못 올라오는 경우도 있고, 또 시험을 치르고 합격이 되었지만 면접을 포기하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

 

이미 출연한 사람은 출연한 날로부터 일 년이 지나야 예심에 도전할 자격이 생긴다. 다만 다시 겨루기라고 해서 지금까지 출연했던 모든 사람들이 예심을 보고 면접을 볼 기회가 일 년에 한두 번 있는데 거기에 나갈 수 있다. 이번이 423회니까 한 회에 5명씩 셈하면 경쟁률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 사람들이 도전할 자격이 있는데, 모든 과정을 거쳐 5명 또는 10명에게 본선에 나갈 행운이 온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꾸준히 산에 오르는 산악인들의 정신을 배워야 할 것이다.   

 

우리말, 정말이지 쉽고도 어렵다.   
하나의 낱말이 여러 개의 뜻이 있고, 낱말은 달라도 뜻이 비슷한 것도 너무나 많다. 비슷한 뜻을 가진 낱말들을
하나로 묶기만 해도 우리말이 조금은 복잡하지 않아 우리말을 더욱 사랑하고 제대로 사용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우리들 아버지와 어머니들 그리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우리말을 소중히 여기고 잘도 사용했다. 그런데 요즘은 외국어나 외래어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우리말이 자꾸 잊혀가며  어렵고 아리송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랫글은 방송에서 직접 소개한 시다. 몇 편 준비해 갔으나 제한된 시간이라 짤막한 것으로 요구해 갑자기 바꾸었다. 보고 읽을까 했는데 외우라고 해 즉석에서 제대로  암기하지도 못하고 낭송하게 된 것이다. TV  앞에서 응원도 하고 격려전화도 한 지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미리 여기저기 연락이 되어 시청도 많이 했으리라. 또한 잊고 지내던 사람들과도 안부를 전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맑음

           

                   진종일 내리던 비 그치니        
                   그 많던 구름 다 어디로 가고         
                   하늘은 환하게 웃고 있는데        
           
                   얼마나 울고 나면          
                   나도 저렇게         
                   마음을 비울 수 있을까    

     

                                            2012년 6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