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詩)는 심(心)이다

시집에서(51) / 장광규

by 청심(靑心) 2022. 11. 9.

 

열쇠

 

                                      靑心 장광규

 

좀 나긋나긋하면 좋으련만
붙임성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호주머니 속에 들어가거나
핸드백에 갇혀
엉성하고 딱딱한 모습으로
사람 가는 곳마다 졸졸 따라다니는 신세다

날마다 챙겨야 하는 조금은 귀찮은 존재
평소에는 관심 밖의 물건이지만
차를 움직이거나
집안에 들어가려면
익숙한 손놀림에 이끌려
낯익은 얼굴과 다정히 눈 맞춤하고
헛수고하지 않게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군말 없이 행동하는 동반자가 된다

있어야 할 자리에 없거나
실수로 잃어버리면
쩔쩔매며 황금처럼 귀하게 여기지만
한두 번 혼이 난 후에는
쌍둥이를 만들어 가지고 다닌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큰 일을 하는 일꾼
생김새는 작지만 지칠 줄 모르며
제 갈 길을 야무지게 가고 있다

 

 

'시(詩)는 심(心)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집에서(53) / 장광규  (77) 2022.11.25
시집에서(52) / 장광규  (51) 2022.11.16
시집에서(50) / 장광규  (86) 2022.11.04
시집에서(49) / 장광규  (73) 2022.10.12
시집에서(48) / 장광규  (49) 2022.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