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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노래

그림자 / 장광규

by 청심(靑心) 2005. 9. 22.

 

 

 

그림자

 

                                  靑心 장광규

 

닮은 모습에 흉내까지 내는 그림자는

밝은 곳보다 어두운 곳에 많더라
공부하라는 소리 수없이 들으면서도
밖에서 뛰어 놀 때는 좋지만
집에 들어갈 땐 어두운 표정이지


사랑하다 헤어지는 상처를 입으면
머리카락 짧게 자르고
자원해서 일찍 군대에 가기도 하지
학교 졸업하고 많은 시간 흘러가고
여기저기 찾아다녀도 취업이 안되면
가족들 얼굴 보기 미안하다며
소식 끊고 한동안 멀리 떠나지

다니던 직장 문 닫고
사업에 실패하고
다시 하려는 일 제대로 안되면
하던 일손 고스란히 멈추고
어딘가에 정신은 반쯤 놓아버리고
노숙자의 이름으로 살아가기도 하지

아들딸 다 커 결혼하여 따로 나가 살면
부모로서 할 일 줄어들고 대화 상대 없어지니
배낭을 벗 삼아 가까운 산에도 오르고
공원에 나가 쓸쓸하게 시간을 보내지
노인회관을 기웃거리는 모습으로 바뀌지
어린애처럼 하루 종일 집안에서 지내지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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