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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제주도에 가다 / 장광규(張光圭)

by 청심(靑心) 2008. 9. 21.

여름이 다 지나가는 8월 말에 휴가를 다녀왔다. 더위가 한창인 복더위에 결정한 일이다. 큰아들이 회사에서 휴가를 얻어 함께 가자고 해서 계획을 세운 것이다. 큰아들과 새아기, 나와 집사람 그리고 사돈어른들과 함께 가기로 했다.       


작년에 해외여행을 가려다 포기한 적이 있다. 큰아들의 결혼이 결정되자 미뤘다. 지금의 분위기는 환갑을 단순한 생일 정도로 생각해 버리지만 환갑이라고 큰아들과 작은아들이 여행이라도 다녀오라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큰아들의 결혼식이 있어 여행은 다음으로 미뤘던 것이다.       

  

    

제주도 여행은 이번이 두 번째다.        
십오 년 전쯤엔가 한번 다녀왔다.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것은 두 번째가 되는 셈이다.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나간 적은 없다. 오래전에 군복을 입고 배를 이용해 월남에 갔다 온 적이 있는데, 지금 해외여행은 별로 가고 싶지 않다. 갈 기회가 있다면 많이들 다녀오는 동남아보다는 덴마크나 네덜란드 같은 곳으로 가고 싶다. 지금 당장 가고 싶은 곳은 금강산이나 백두산이다.            

 

제주도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예약해 놓은 렌터카를 찾아 역시 예약해 놓은 숙소로 간다. 제주시 서귀포시 색달동에 있는 <야구인의 마을>이란 펜션이다. 8인실로 넓고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어 놓은 조용한 곳이다. 방 둘에 거실이 있고 음식을 장만해 먹을 수 있도록 취사도구도 준비되어 있다. 수영장도 있고 작은 운동장 한편에는 그곳에서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도록 장소를 지정해 놓았다. 아침은 숙소에서 해 먹고 점심과 저녁은 여행지에서 시간을 내어 해결하게 되었다.       

   

 

큰아들과 새아기가 짜 놓은 일정표에 따라 맨 처음에는 우도 구경부터 시작되었다.

배 타고 우도로 가서 검멀레해안에서 동안동굴에 들어가 보기도 하고, 산호가 가루가 모래로 변했다는 서빈백사도  구경을 했다. 다음에는 섭지코지에도 오르고 외돌개에도 구경을 하였다. 한라산 1100 고지에 오르기 전에 돈내코계곡에 가서 한참을 쉬기도 했다. 협재해수욕장은 정말 멋있었다. 오설록에도 갔다. 녹차 재배단지였는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새벽과 밤중에 두 번 바다낚시도 나가 보았는데 고기는 잡지 못했다. 그렇게 구경도 하고 쉬기도 하다 보니 계획한 시간이 어느 사이 지나가 버린다.       

 

여행을 자주 못 다닌 경험 부족일까. 맥가이버칼을 휴대용 가방에 넣고 가다 공항 검색대에 걸리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약국이 보이지 않고, 거리에서 원주민들 보기도 힘들다. 도로는 한산해 길이 막히지 않아 길 위에서 시간을 뺏기지 않아서 좋았다. 가는 곳마다 보는 것마다 모든 것이 신기하고, 풍경이 낯설지만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열대지방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외국에 온 착각을 할 정도였다. 여행이란 어쩌면 돈 쓰는 재미일지도 모른다.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여러 곳을 구경했다. 집에 도착하니 그래도 힘들었는지 잠이 몰려온다.

 

                                                          2008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