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들
靑心 장광규
동쪽에는 교룡산
서쪽으론 풍악산
겹겹이 산으로 둘러싸인
남원대산초등학교
남향으로 자리 잡은 건물 앞엔
하늘 높이 펄럭이는 태극기
오래된 벚꽃나무 네 그루
측백나무 울타리 사이로
활짝 핀 무궁화 향기
산촌의 아이들이
보자기에 책을 싸 들고
아침마다 동네 별로 줄을 서서
개울을 건너고 논길을 걸어
즐겁게 노래하며 신나는 등굣길
한두 살 나이 차이는 예사인
해맑은 모습의 같은 반 친구들
달리기를 좋아하는 아이
붓글씨를 잘 쓰는 아이
글짓기에 취미가 있는 아이
꾀꼬리처럼 노래하는 아이
힘이 장사인 아이
키가 유별나게 큰 아이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아이
누나가 많은 아이
잘 웃어주는 아이 아이들
해마다 봄가을이면
산으로 빈 절터로 소풍을 가고
가을철엔 넓은 운동장에서
뛰고 달리고 운동회 하며
함께 어울린 이천백구십일
졸업장을 들고 교문을 나선 지
강산이 몇 번은 변했을 지금
자주 만나는 친구도 있지만
헤어진 후 한두 번 만난
모두 다 잊을 수 없는 얼굴들
어릴 적 꿈을 생각대로 펼쳤거나
아님 뜻대로 되지 않았더라도
열심히 살아온 아름다운 흔적들
이젠 환갑이 지나고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에
손자 손녀가 있는 세월의 흐름
그때 그 모습을 간직한 사람도 있고
전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린 얼굴도 있고
잡힐 듯 눈에 선한 지난날은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 남아 있을 뿐
추억 저쪽에 머무는 아지랑이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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