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과 함께
靑心 장광규
가만히 눈여겨보면
모든 것이 일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봄이 온다고 해서
한꺼번에 오는 것은 아니다
하늘에서 따사로운 햇빛이 내려오면
남쪽에서 훈훈한 바람이 불어오고
겨우내 잠자던 땅에서 풀잎이 얼굴을 내밀면
맨몸의 나무에서 새순이 돋아나고
모든 나무들이 하루아침에
잎이 돋아나고 꽃이 피는 것도 아니다
조금 일찍 잎이 피는 나무
다른 나무보다 늦게 피는 나무
잎은 다른 나무보다 늦게 피지만
꽃이 다른 나무보다 먼저 피는 나무
가지각색이 아니더냐
세상 모든 것의 움직임이 같기를 바라지 마라
똑같이 시작해 똑같이 끝나는 것 없고
한꺼번에 왔다 한꺼번에 가는 것 없다
성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차분히 여유롭게 기다리면
올 것은 오고 갈 것은 갈 것이다
계절이 천천히 온다고 재촉할 것도 아니고
빨리 간다고 수선 떨 일도 아니다
스스로 알아서 오고 가게 지켜볼 일이다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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