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靑心 장광규
즐거운 마음으로 고향에도 가고
들뜬 마음으로 여행도 떠나는 기차역
맨바닥에 몇 사람씩 모여 앉아있거나
종이상자를 깔고 누워있는 사람이 있다
공원의 구석진 곳 나무 아래 풀밭에도
군데군데 모여있는 걸 볼 수 있다
길에서 자기도 하고 먹기도 한다 해서
그들을 노숙자라 부른다
그들은 왜 그렇게 지내고 있을까
언제부터 무엇 때문에 저렇게 되었을까
머리카락이며 수염은 덥수룩하고
얼굴은 숯 칠을 했는지 까맣기도 하다
정신은 절반쯤 어디다 놓아버렸을까
체면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가끔은 과자 부스러기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는 풍경도 펼쳐진다
뉘 집 아들이며
어느 소녀의 아버지이며
누구의 남편이며 누구와 형제인가
떠나온 곳엔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거기에 가면 귀한 존재일 텐데
웃으며 살아도 짧게 느껴질 세월을
왜 허송세월 하는가
이발소도 다녀오고
목욕탕에도 다녀오고
냄새나는 옷은 벗어던지고
정신을 다시 가다듬고
어머니가 애타게 찾고 있는
아내가 말없이 기다리는
아들놈이 웃으며 반겨줄
집으로 달려가라
어서 털고 일어서라
가서 웃고 지내라
희망을 만들어 일을 하라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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